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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돈·돈 해외로 … 해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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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경기는 계속 부진한 가운데 해외로 나가는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해외여행은 물론 해외 연수와 유학 지출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고 해외투자금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경기침체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해외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투자와 소비를 해외에서 늘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7억9000만달러…1분기 카드사용 사상 최대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올 1분기 국내 거주자의 신용카드 해외사용금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 증가한 7억9000만 달러로 분기별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 기간의 평균환율 1022.5원을 적용하면 원화로는 8077억7000만원에 달한다.

신용카드 해외사용자수는 130만5000명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8.4% 증가했다. 거주자 1인당 해외사용금액은 605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3달러(7.7%)씩 더 쓴 것으로 나타나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카드 해외사용이 크게 늘어난 것은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가 235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4.6% 증가한 데다 환율 하락 등의 요인이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해외 여행이 본격화하는 2분기 이후 해외 이용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10억1390만달러… 유학경비 올들어 38% 늘어

올 들어 넉달 동안 해외유학.연수 목적으로 빠져나간 외화는 10억1390만 달러(약 1조33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8% 증가했다. 특히 4월 한 달에만 2억5960만 달러가 지출돼 지난해 4월보다 45.2% 늘었다.

이처럼 해외유학.연수 경비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반면 가계의 국내 교육비 지출액은 경기부진의 여파로 4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학연수비 규모가 국내 교육비 지출액의 6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올해 1분기 중 해외유학.연수 경비 지출액은 7억5430만 달러(원화로 7710억원)로 이는 1분기 중 가계의 국내 교육비 지출액 4조4658억원의 17.3%에 해당하는 액수다.

불황 중에도 공교육과 사교육비를 합친 금액의 거의 20%에 달하는 돈이 유학과 연수비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 25억7675만달러…해외투자 개인 비중 급증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개인과 개인사업자들의 해외투자 규모는 신고금액 기준으로 2억4571만 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2억203만 달러보다 21.6% 증가했다. 이는 대기업의 해외투자 증가율(15.2%)이나 중소기업 해외투자 증가율(18.7%)보다 높은 수준이다.

개인과 개인사업자들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해외투자 25억7675만5000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에 달했다. 개인과 개인사업자들의 해외투자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0.9%에 불과했지만 이후 해마다 늘어나 지난해 8.8%까지 상승했었다. 이 같은 개인들의 해외투자는 저금리가 지속되고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한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42억8520만달러…배당송금으로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주식투자가 확대되면서 올 들어 해외 배당금 지급은 42억852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7억9670만 달러보다 53% 늘어난 규모다. 이 여파로 4월 경상수지가 2년 만에 9억1000만 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12월 결산법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송금이 4월에 집중되면서 경상수지의 주요 부분인 소득수지의 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갈수록 선진국 수준의 배당을 요구하기 때문에 배당금 지급은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배당송금은 지난해 연간으로는 49억2000만 달러에 달해 한해 외국인이 가져가는 배당금이 5조원을 넘어섰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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