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간질환(7)고열·오한과함께 두통·근육통 동반|세균성과 아뫼바성 따라 증세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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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정용<서울대병원 소화기 내과>27세의 남자환자가 1주일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심한 고열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왔다.
그는 꼭 1주일전 저넉에 갑자기 추위로 온몸이 떨리기 시작, 아무리 이불을 뒤집어써도 떨리는것을 멈출수 없을 정도였고, 뒤이어 몸이 불덩이같이 달아올랐다고 했다. 이때 심한 두통과 근육통이 동반되었는데 약국에서 사온 감기몸살약으로 일시적으로 열을 떨어뜨릴수가 있었다.
이러한 증상은 그후 3일동안 매일 오후에 계속되었으며 이때부터는 진통해열제를 가지고도 열과 오한을 진정시킬수 없었다. 그리고 4일전 오후부터는 우측상복부가 서서히 아파오기 시작했으며 이틀전 밤에는 찢어지는듯한 통증이 나타났고, 오른쪽을 아래로 누우면 더욱 심해지고, 왼쪽을 아래로 누우면 조금 가라앉는듯 했다.
그후에도 고열과 오한은 계속되었으며, 병원을 찾아오는 동안 걸을때마다 우측상복부가 울렸고, 손을 댈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진찰소견상 환자의 의식은 약간 혼미한 편이었으며, 체온은 40도였다. 우측상복부에서는 간이 손가락3개 넓이로 만져졌는데, 촉지될때 몹시 통증을 느꼈고, 타진상 동통이 매우 심한 곳은 흉부측면 8번째 갈비뼈밑에 있음을 알수 있었다.
환자는 곧 응급으로 혈액검사와 초음파간검사를 시행하였던바 심한 염증소견을 혈액에서 발견할수 있었고, 초음파간사진에서는 우측간엽에 직경 10㎝의 물(고름)주머니가 발견되었다.
환자는 곧 입원하여, 수액요법으로 탈수를·교정하고, 강력한 항생제를 투여받았으며, 타진상 동통이 가장 심했던 부위에서 조심스럽게 피부를 통하여 바늘로 물(고름)주머니를 향해 찌른후, 고름을 뽑아냈더니 노랗고 진하며 탁한 고름이 약5백cc나 배출되었다.
환자는 다음날 열이 37도5분으로·떨어졌으며 우측상복부 통증은 씻은듯이 사라졌다. 환자는 그후 약1개월간의 항생제투여로 완전히 회복되어 퇴원하였다.
위의 환자는 전형적인 세균성간농양 환자로서 내과적인 치료만으로도 반응이 좋아서 외과의 신세를 지지않고 희복된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균성 농양환자는 내과적인 치료만으로는 완전회복이 어려워 외과적으로 고름주머니를 제거해야하는데 이때 수술자체에 의한 위험부담은 매우 큰편이다.
간농양에는 위의 예와같은 세균성이외에 아뫼바성 간농양이 있는데, 이때는 아뫼바성이질의 병원체인 아뫼바가 대장에 살다가 대장점막을 뚫고 혈관을 따라 간에 도달되어 간을 녹이는 효소를 분비하여 피고름주머니를 만들게되어 발병한다.
아뫼바성간농양의 증상은 세균성간농양에 비해 서서히 열이나며, 우측상복부 동통이나 오한도 덜한것이 보통이다.
아뫼바성간농양의 치료약으로는 메트로니타졸이라는 특효약이 개발되어 있으므로 치료는 정확한진단만 있으면 비교적 쉬운편이다. 세균성간농양과의 구별은 증상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바늘로 고름주머니에서 고름을 뽑아 검사해보아야만 알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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