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두려워 말고 바른말하면 살자|교회는 인간사회를 위해 있는것|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성탄절의 참된기쁨 함께 축복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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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 야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고 나를 보내시며 이르셨다.
억눌린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여라. 찢긴 마음을 싸매주고, 포로들에게 해방을 알려라. 옥에 갇힌자들에게 자유를 선포하여라. 슬퍼하는 모든 사람을 위로하여라.』
(이사야61‥1∼2)
이 말씀은 예수께서 당신이 자라나신 나사렛의 회당에 들어가시어 읽으셨던 바로 그 대목이다.
이대목을 읽으신 예수님은 『오늘이 자리에서 이 성서의 말씀이 이루어졌다』(누가4 ‥ 18)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당신 자신이 곧 하느님께서 기름을 부어 보내신 자(메시아=그리스도)이심을 스스로 밝히신 것이며 또한 메시아의 사명이 무엇인지도 밝히는 내용이다.
해마다 보는대로 주님의 성탄절 경기는 백화점에서부터 시작하여 이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정작 주님께서 탄생하셔야 되는 곳에는 아주 잠깐 반짝거렸다 꺼지고 말며 주님이 탄생하실 필요도 없는 장소에서 또는 주님께서 원하시지도 않은 곳에서 더 오래 장식되고 먹고 마시며 떠들어대는 것 같다.
20년전의 소란스럽던 성탄절 풍경이 요즘와서 많이 정화되었고 질서잡혀가는 것은 퍽이나 다행스런일이지만 이제 우리는 더 깊은 성탄절의 의미를 깨닫고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참된 기쁨을 함께 축하하는 성탄절로 발전시켜야 할것이다.
호화롭게 장식된 크러스머스 트리나 값비싼 다른 장식들이 주님을 모시는데 그렇게 필요한 것들일까? 하기야 마음속의 기쁨을 드러내고 함께 축하를 나누는 일들이야 있음직한 일이겠지만 세상의 장사꾼들이 떠들어대는 흥겨운 유혹들을 이땅의 크리스천들이 부러워서 따라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주님의 탄일을 마음설레며 기다리고 또 기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미워함과 두려워함의 노예상태로부터 그 억압의 사술을 풀어주시고자 주님께서 찾아오시는 까닭이 아니겠는가.
모든 억압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시고 하느님의 생명안에서 참 평화와 자유를 누리도록하여 주시고자 주님께서는 우리를 찾아오셨었고 또 세상 끝날까지 찾아주신다고 모든 크리스천은 믿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고 우리의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무엇인가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 무엇이란 과연 어띠한 것일까?
예수의 사명이 세상 마지막날까지 계속되어 밝히 드러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 시대에 그 일을 계속 수행해야만 될 것이다. 다른말로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주님의 특별한 도우심으로 또다른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사야 예언서만이 아니고 모든 성경의 말씀들은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들이 아니다. 오늘의 사회현실안에서 구체화되어 나타나야 하는 하느님의 가르치심이다. 온갖 부조리한 사회현실안에서 하느님의 가르치심을 따르고 증언해야 하는 사람들이 곧 우리 크리스천이라면 오늘의 많은 한국교회는 맡겨진바 메시아의 사명을 진정 다하고 있는지 주님의 탄일을 맞으면서 깊이 반성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갖은 미사여구로 아기 예수를 찬미하며 구주를 찬송한다하면서 이분이 무엇을 위하여 사람이 되시어 찾아오셨으며 또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는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실된 크리스천이 되지 못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인간현실안에 나타나셨는데 오늘의 많은 신자들이 현실을 외면하거나 또는 현실을 방관하면서 예수를 따른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한 자기기만의 행위일 것이다.
나라를 위하여 국민이 있는 것이 아닌것과 마찬가지로 교회를 위하여 신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성을 위하여 나라가 있는것 처럼 사람을 위하여, 이 인간사회를 위하여 교회가 필요한 것이다.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해방의 기쁜 소식을 당당히 주장하는 교회만이 참으로 하느님의 교회이며 메시아적 교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현실에 적응하기 위하여 비굴하게 하느님의 정의를 포기하고 양심을 저버린 크리스천은 과연 없겠는지 모두 함께 반성하는 성탄절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오늘의 현실안에서 고통받는자, 마음이 찢긴 자, 슬퍼하는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여 주는 이 시대의 메시아의 사명을 다하기로 다짐하자.
고난과 괴로움이 크더라도 바른 것을 바르게 말하며 살아갈때 이땅에는 참 평화가 찾아 들 것이며 의로우신 하느님의 축복이 이슬처럼 촉촉히 우리 모두의 마음을 적셔줄 것이다. 마음이 사슬에 묶여있는 많은 이들에게 해방의 기쁜 소식이 하루속히 들려지기를 주님의 탄일을 기다리며 기도드리고 싶다.
주여, 어서 오사 묶인 이들을 풀으소서.
▲1939년 서울 출생
▲가톨릭대 신학부 졸업
▲서울 신림동성당 주임신부
▲현 서울동대문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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