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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직장생활로는 재취업 힘들다] 잡 컨설턴트 황선길씨가 말하는 5가지 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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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몸값을 높여 좀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싶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바다. 그러나 내 값어치를 올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헤드헌터와 같은 전문가들은 그래서 경력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력관리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장생활을 짜임새 있게 하고 업무와 관련된 지식이나 능력을 키워나가는 활동이다. 문제는 많은 직장인이 경력관리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10년째 헤드헌팅을 해온 잡코리아컨설팅 황선길 사업본부장으로부터 '흔히 볼 수 있는 잘못된 경력관리의 다섯 가지 유형'을 들어봤다. 각 유형 뒤에 황 본부장의 평을 넣었다.

이철재 기자

*** 빛 좋은 개살구형 : 지나친 엘리트의식은 오히려 독

유명 대기업의 5년차 대리 A씨는 '엘리트 사원'이다. 명문 사립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입사한 뒤 줄곧 경영기획 파트에서 경력을 쌓았다. A씨는 외국계 기업의 경력직에 지원했다. 그러나 낙방했다. A씨는 흔한 유형이다. 남들이 괜찮다고 해서 첫 직장으로 대기업을 택했다. 또 자신의 적성엔 마케팅이 어울리는데 잘나가는 분야인 경영기획 파트를 골랐다. 한마디로 경력관리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 이런 사람들은 이력서나 인터뷰에서 쉽게 구별된다. 이력서엔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고 썼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했는지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 '리드''헬프''체크'란 단어를 유난히 많이 쓴다. 엘리트 의식이 강해 현재 위치에 만족하기 때문에 자기 계발을 게을리할 수 있다.

*** 모난 돌형 : 독불장군 원하는 직장이 있을까

대기업 입사 10년차 차장인 B씨는 경영기획에서 3년, 마케팅에서 7년 경험을 쌓으며 업무에선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다. 모시는 상사마다 그를 좋게 평가했다. B씨는 중견기업 조직총괄 부사장으로 옮기려다 막판에 미끄러졌다. 모난 대인관계 때문이었다. B씨는 경쟁심이 유난히 강하다. 자기가 맡은 팀이 늘 1등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성과를 위해 부하 직원을 다그치면서 개인 생활을 희생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부하 직원에 대한 보상엔 인색했다. 포상은 고사하고 칭찬도 잘 해주지 않았다.

☞ 경력직을 원하는 기업에서 제일 중요하게 보는 사항 중 하나가 대인관계다. 보통 기업들은 이전 직장에서 좋은 평판을 받은 사람이 새 직장에 빨리 적응해 시너지를 만들어낸다고 본다. 현 직장 동료와 돈독한 관계를 쌓으며 팀워크를 내는 게 경력관리의 기본이다.

*** 우왕좌왕형 : 귀가 너무 얇은 것도 병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공직의 길을 걸었던 C씨는 벤처 바람이 불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친구들이 스톡옵션 대박을 터뜨린 뒤 거하게 한턱을 쏘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C씨는 고민 끝에 정보통신 분야 벤처기업으로 향했다. 그러나 새 직장은 만만찮았다. 정부 부처와 다른 의사 결정 및 집행 방식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특히 C씨는 자신이 있었던 조직관리 대신 재무를 맡은 게 패착이었다. 허둥지둥대다 실수가 계속됐고 "고시 패스한 사람이 저 정도밖에 못 하나"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후 여러 직장들을 '자의 반 타의 반' 떠다녀야 했다.

☞ 전직이나 이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직장인이 의외로 많다. '대우나 조건이 지금보다 좋아서''지금 다니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라는 이유를 대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옮길 때는 냉정하게 분석해 기회 비용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은 필수다. 또 장기계획을 세운 뒤 거기에 따라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는 게 경력관리의 정석이다.

*** 조바심형 : 자신의 욕심보다는 팀워크 먼저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따고 중견 IT 기업의 마케팅 팀장에 취직한 D씨. 주변의 기대에 맞춰 D씨는 입사 이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자기가 맡은 팀의 역량보다 높은 목표를 세우면서 일이 틀어졌다. 이듬해 연봉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게다가 전임 팀장의 방식을 '주먹구구식'이라고 비판하면서, 선진 마케팅 기법을 도입한다고 팀을 여러 번 개편했다. 여기저기서 잡음이 나기 시작했고 성과는 목표에 한참 못 미쳤다.

☞ 팀장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직장을 옮기고 나면 욕심이 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단번에 성과를 내겠다고 달려들면 위험하다.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업무는 조직이 함께하는 것이다. 구성원마다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능력도 다르다. 이것을 조율하는 데 최소 1년 정도 걸린다.

*** 10년 공든 탑형 : 지피지기는 기본 중의 기본

외국계 IT 기업의 8년차 차장인 E씨는 업계에선 '마케팅 통'으로 소문났다. 이미 직장을 한 번 옮기면서 자신의 주가를 높인 바 있다. 유명 글로벌 기업에서 E씨에게 손짓했다. 평소 자신 있는 마케팅 팀장을 제안한데다 대우와 조건도 괜찮았다. 그래서 직장을 옮겼지만 기업문화가 달랐다. E씨는 탄탄한 팀워크 속에서 성과를 내왔지만 새 직장은 전형적인 개인 플레이 위주였다. 결국 E씨는 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새 직장을 구해야만 했다.

☞ 옮기려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는 것은 기본이다. 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연봉이나 근무조건, 명성 이외 조직문화도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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