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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그 기업이 알고 싶다] 1. LG화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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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 LG화학의 ‘드림팀 한마당’프로그램. 다채로운 게임과 퀴즈로 팀워크를 다지고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켜 드림팀으로 거듭 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LG화학 제공]

'그 회사' 정보는 인터넷에 넘쳐난다. 각종 인터넷 취업 사이트에도, 그 회사의 홈페이지에도, 연봉이나 회사의 실적 등 이런저런 '공식적인' 정보는 많다. 하지만 정작 그 회사가 다닐 만한 회사인지, 오래 다닐 수 있는지, 회사 분위기는 어떠한지, 회식은 어떻게 하는지 등 구직자에 진짜 필요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본지 취업면은 그런 '선배'들의 얘기를 모아 그 회사의 참 모습을 공개한다. 시시콜콜하지만 회사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살가운 정보들을 집중적으로 모을 계획이다.

LG화학은 저출산 현상으로 고민하고 있는 정부의 '우군'이다. 결혼과 출산 및 자녀 교육을 회사에서 팍팍 밀어주기 때문이다. 5월 초 증권선물거래소는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거래소 직원이 셋째 아이를 낳으면 장려금 500만원과 세 자녀 모두의 대학 학자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LG화학의 지원제도는 이보다 더 파격적이다. 중.고교는 물론 대학 자녀의 학자금을 '자녀 수에 제한 없이' 전액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만 챙기는 게 아니라 본인과 자녀의 결혼식에는 축의금으로 한 달 월급(월 통상임금의 100%)을 준다.

물론 자녀 학자금을 지원받는 혜택을 누리려면 회사를 아주 오래 다녀야 한다. 임원이나 생산직 고참 직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얘기다.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이 회사에서도 임원이 되기는 쉽지 않다. 입사 21년차인 조갑호 상무는 지난해 말 임원이 됐다. 그는 "함께 입사한 동기 가운데 현재 10% 정도만 남아있다"고 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그러나 보통은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통근 버스가 서울 여의도에 8시까지 도착하기 때문에 그 시각이 마지노선처럼 인식되고 있다. 직원보다는 임원들 가운데 '아침형 인간'이 더 많다고 한다.

평일 근무는 다소 빡빡하게 하는 편이지만 주 5일 근무를 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재충전을 할 수 있다. 닷새간의 여름 휴가도 빼먹지 않고 다들 간다. 복장은 오래전에 자유화됐지만 대부분 양복을 입는 분위기다.

회식 문화의 주도권은 거의 신세대 젊은 사원들에게 넘어갔다. 사내 회식 때 폭탄주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고 젊은 직원들은 말한다.

젊은 사원들은 업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고 했다. 해외 영업을 맡고 있는 최영근씨는 "사람 스트레스는 없는데 영업이 잘 안 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고대 중문과 출신인 그는 "제품이나 공정을 이해하기 어려워 처음에 고생 좀 했다"고 했다. 화학회사에 들어온 문과 출신들은 대부분 입사 초기에 이 같은 당혹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신입사원이 1년 내 퇴직하는 비율은 15% 정도였다. 그만 두는 이유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공기업.외국계 기업 등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인사팀 박태형 과장은 "신입사원 중 여성 입사비율은 20%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여성 인력 중 최고 직은 부장급"이라고 했다. 미국 보스턴대 출신인 여성 사원 황서연씨는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새벽 두세 시까지 근무할 정도로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다"고 했다.

직원들은 '경쟁'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대리→과장→부장 등으로 한 단계씩 승진하려면 단계별로 보통 4년 정도 걸리지만 2년 만에 발탁되는 직원도 있다. 대졸 초임 연봉만 공개될 뿐 그 다음부터는 누가 얼마를 받는지 알기 힘들다. 철저하게 연봉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회사도 핵심 인재들을 'HPI(High Potential Individual)'라는 이름으로 따로 관리한다. 이들에게는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골든 칼라 인센티브 제도도 특이하다.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의 핵심 인력 등 전문가들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기존 연봉 이외의 플러스 알파(+α)를 보상하는 제도다. 최근 한 연구원에게 5000만원의 골든 칼라 인센티브가 지급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즘 이 회사에서는 외국어가 매우 강조된다. 영어는 필수며, 중국어까지 잘하면 주변의 부러움을 산다. 성환두 홍보팀 차장은 "외국어와 함께 외국의 문화도 잘 알아야 하다는 의미에서 '글로벌 마인드 세트'가 점점 중요해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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