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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기 KT배 왕위전] 무명 옥득진 도전권 쟁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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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기적의 8연승 끝에 도전권을 획득한 신예 옥득진 2단.

KT배 왕위전에서 무명의 신예 옥득진 2단이 질풍노도와 같은 연승 끝에 도전권마저 쟁취했다. 옥 2단은 31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도전자 결정전에서 강호 원성진 6단의 대마를 포획하며 144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두고 대망의 도전권을 획득했다. 이 승리까지 무려 8연승. 조훈현.유창혁.이세돌.최철한 등 181명의 프로기사가 토너먼트로 출발할 때 옥득진이란 이름은 반딧불처럼 희미해 보였다. 그러나 옥득진은 한판 한판 승리를 쌓아가더니 뭍 강자들을 모조리 제치고 181 대 1의 바늘구멍을 뚫었다.

10일부터 '왕위'타이틀을 놓고 이창호 9단과 생애 첫 5번기를 벌이게 된 옥득진 2단은 "평소 가장 존경해온 이창호 9단과 도전기를 벌이게 됐다. 꿈속에서 그리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생애의 기회로 알고 열심히 배우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왕위전 9연패 행진을 이어온 이창호 9단은 이번 도전기에서 승리하면 39년 왕위전 사상 처음으로 10연패를 이루게 된다).

기적처럼 도전권을 따낸 옥 2단은 서울 출생으로 올해 23세. 권갑룡도장에서 수학하여 1999년 프로가 된 6년차 중고 신인이다. 그동안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해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당연히 이창호 9단과 대국할 기회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군대에서 제대한 뒤부터 옥득진은 사람이 변한 듯 강자의 면모를 띠기 시작했다. 옥 2단은 "군대 생활에서 정신력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흔히 프로기사의 무덤이라고 알려진 군대생활이 옥득진에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왕위전 기보는 기사관계로 하루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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