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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양성기간만 길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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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의.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놓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주요 대학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까지 전문대학원 전환 반대의지를 명백히 표명하자 교육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3개 대학의 반발에 나머지 다른 대학들도 가세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2010년 이후 모든 의.치의대를 전문대학원으로 바꾼다는 교육부의 기대는 이미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주요 대학들 왜 반대하나=전문대학원 전환이 대학의 연구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의사 양성기간 증가로 교육비용만 높아진다는 것이 서울대 등 전환에 반대하는 주요 대학들이 제기하는 이유다.

고려대 의대 최상용 학장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면) 의사 양성기간이 늘어나고 교육 비용만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의료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의대 왕규창 학장은 "올해 전문대로 전환해 첫 신입생을 뽑은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1학년 평균 연령이 28.5세로 의사를 시작하는 나이가 너무 늦어진다"며 "(그렇다고)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연구기관이 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으로 의대 입학을 위한 입시 과열을 완화한다는 교육부의 취지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의예과 입시 경쟁이 그대로 전문대학원 입시 과열로 이어져 관련 학문 분야에 혼란만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연세대 의대 관계자는 "우수 이공계 졸업자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로를 바꾸는 등 다른 학부 교육의 파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전문대학원 일원화 가능할까=교육부는 대학들의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유인책을 내놓았다. 전환신청을 하지 않는 대학은 한국두뇌21(BK21) 사업 지원과 로스쿨 승인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교육부 방침대로 올 연말께 마련되는 로스쿨 선정 기준에 실제로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여부가 포함될 경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은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대학이 법조계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미루어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된다. 교육부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4일로 예정된 전문대학원 전환신청 마감을 앞두고 전국의 의.치의대를 독려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내년 이후에도 전문대학원 신청을 계속 받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교육부는 당초 올해까지만 전환 신청을 받아 전문대학원을 운영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10년께 현행 의.치의대와 전문대학원의 '2원 체제'를 유지할지, 의.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일원화할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물론 교육부는 그동안'일원화'쪽에 무게를 더 둬 왔다.

그러나 내년 이후에 전환 신청 대학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환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지원 강화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생각하는 전문대학원 전환 반대 요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남중.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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