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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대 상속 40대 의대교수 납치될 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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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97년 괌에서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로 숨진 장인에게서 1000억원대의 유산을 물려받았던 의대 교수가 납치될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의대 교수인 김모(42)씨를 납치하려 한 혐의(인질강도 미수 등)로 유모(43)씨 등 두 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김모(63)씨를 수배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지난달 24일 오후 8시30분쯤 대학병원 1층 주차장에서 퇴근하던 김 교수를 흉기로 위협, 승합차에 태워 납치하려다 실패한 혐의다. 이들은 김 교수가 완강히 반항하자 미리 준비한 전기충격기로 머리에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뒤 그대로 달아났다.

이들은 범행 2주 전부터 오피스텔을 빌려 합숙생활을 하면서 납치를 공모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 등은 김 교수의 출퇴근 시간과 경로를 미리 파악하고, 납치과정에서의 역할을 분담해 연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렌터카 회사 소속의 차량을 추적해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유씨 등은 경찰에서 "사업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던 중 김씨에게 '사업에 투자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이 없어 납치를 결심했다"며 "김 교수를 납치하면 40억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김 교수 장인으로 인천지역 모 신용금고 이사장이었던 이모씨는 부인과 두 자녀, 손자 등 8명과 함께 97년 당시 괌 여행을 가기 위해 사고 비행기에 탔다가 모두 숨졌다. 당시 김 교수는 병원일 때문에 함께 여행을 가지 못했다. 이후 김 교수는 숨진 장인 이씨의 형제 7명과 1000억원대의 상속권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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