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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하나 됐다면 의혹 대응 쉬웠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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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중앙위원 워크숍에서는 당정분리 원칙이 행사 내내 도마에 올랐다. 참석자 상당수는 "당정분리란 이름 아래 당은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당정분리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다. "청와대가 당 운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전제다. 과거처럼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맡아 당직.공천을 좌지우지하지 않는 것은 물론 노선.정책도 당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청와대 정무수석을 폐지했다. 이어 6월에는 당시 문희상 의원이 맡고 있던 대통령 정치특보 자리까지 없앴다.

문제는 여당 의원 상당수가 '당정분리=당의 소외'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정보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당이 배제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워크숍에서 윤호중 의원은 "당정분리 원칙에 너무 얽매여 당정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정식 의원은 "당 주도의 당.정.청 협력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에선 "청와대 보좌진.위원회의 인사 쇄신이 필요하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당정분리에 대한 불만은 러시아 유전개발, 행담도 의혹이 터지면서 극에 달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정.청이 하나가 됐다면 이들 의혹사건에 훨씬 쉽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일은 청와대.정부에서 터지고, 당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푸념했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당정분리 원칙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당정협의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자주, 완벽하게 대화를 하고 있다"며 "특히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나는 다른 사람과 좀 다르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당정분리에 대해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당이 정부를 주도할 역량부터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인사는 "노 대통령이 당정분리라는 대원칙을 바꿀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주=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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