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퇴직자들 뭐해서 먹고 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가 31일 내놓은 '영세.자영업자 종합대책'의 핵심은 적정 숫자보다 훨씬 많은 자영업체의 퇴출을 유도하고, 진입장벽을 높여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의 신규 진입을 막자는 것이다.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전문적인 컨설팅을 거쳐 성장 가능한 점포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인 예방조치를 들고 나오면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은 더 느려질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선별적인 지원에 의해 경쟁력 없는 업체의 퇴출이 지연되면 결과적으로 경쟁력 있는 업체도 부실화하는 등 경제.사회적 비용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면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자영업 진출이 어려워져 생활여건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 대책 왜 만들었나=국내 자영업체 수는 총 240만 개(2003년 기준)로 전체 중소기업(300만 개)의 80%를 차지한다. 업종별로는 소매업의 비중이 27.3%로 가장 높고 음식업(25.3%), 화물.택시운송업(12.1%), 개인 서비스업(6.3%), 숙박업(1.8%) 등의 순서다. 전체 경제활동 인구 중 자영업 종사자 비중은 29.5%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8%)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직장 등에서 밀려난 많은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 과잉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96년만 해도 월 평균 소득이 300만원을 넘었던 자영업자의 소득이 지난해는 248만원으로 떨어지는 등 자영업체의 경영이 악화돼 경제 양극화가 심해졌다. 실제 중기특위가 지난달 전국 1600개 자영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한 점포가 66.7%에 달했다. 이 중 감소폭이 30% 이상인 점포도 38%나 됐다. 이들은 경영이 어려운 이유로 과잉진입(응답자의 65.7%)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 내용은 뭔가=자영업에 많은 사람이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신보가 창업자에 대해 특례 보증하는 비중을 현재 20%에서 10%로 줄인다. 상권별.업종별 밀집도 지수와 상권 변동상황과 같은 정보를 개발해 예비 자영업 창업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표 참조).

◆ 문제점은 없나=정부가 일부 자영업에 대해 자격증을 획득하라는 식으로 진입장벽을 높이면 직장 등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더욱 좁아진다. 그러면 이들의 생활여건은 더욱 열악해져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자영업자 대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자영업자의 진입과 퇴출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고 시장논리에 맡긴다.

김종윤.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