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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사의 살아있는 전설 '프랭크 게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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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사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끊임없는 비판과 담론의 주인공이기도 한 프랭크 게리. 올해로 만 8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파리 루이 비통 뮤지엄 프로젝트, 퐁피두에서의 회고전, 런던 화력발전소 재개발 프로젝트까지 맡으며 전 세계에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 ‘건축가들의 우상’ 등의 수식어는 프랭크 게리에게 더 이상 특별한 찬사가 아니다. 1962년 사무실을 연 이래, 미국건축가협회 골드 메달, 캐나다 훈장, 플리츠커상까지 수상한 그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건축 장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프랭크 게리의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특징은 ‘관습에서 벗어난 건축’ ‘조형물과 건축의 경계를 띤 작품’이다. 철물점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다양한 합판과 금속 패널 등을 가지고 놀며 자란 그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이주 후 LA의 조형 아티스트들과 어울리며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

이러한 환경은 기존 건축 그리드와 스케일, 전형적인 자재에서 탈피한 파격적인 스타일의 근간이 되었고, ‘건축은 예술이다’라는 자신의 굳건한 명제를 구현한 신세계를 이뤄나갔다, 도면 작업에 컴퓨터 프로그램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해 거대한 비정형 건축물을 한치의 오차 없이 쌓아 올릴 수 있는 테크닉까지 구축했다. 그러나 ‘게리표 건축물’은 명성만큼이나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금속 조각을 모아놓은 거대한 흉물’ ‘컴퓨터가 디자인한 비인간적 작품’이라는 혹평을 서슴지 않았고 유사한 콘셉트의 건축물이 이어지자 ‘자기 복제’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프랭크 게리는 ‘건축에 대한 실험과 도전을 계속해오며 여러 고민이 있었다’고 찬반이 오가는 상황을 에둘러 언급했다. 최근에는 다시 ‘전통’에 눈을 돌려 과거의 정신을 시대에 맞게 표현하는 건축에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고, 컴퓨터 프로그램은 기술적 도구일 뿐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추구하고 있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어떠한 논란에도 전에 없던 디자인과 테크닉을 두려움 없이 시도하고 틀을 벗어난 새로움을 추구해온 프랭크 게리의 노력과 재능은 박수 받아야 마땅하며,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또 다른 문화적 자극이 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게다가 그가 한 세기에 걸쳐 세계 곳곳에 쉼 없이 남긴 열정적인 족적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지 않은가.

올가을 유럽에서 진행되는 굵직한 프로젝트는 ‘프랭크 게리의 시대는 갔다’는 항간의 시선을 일축시키며 그의 문화적 공헌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10월 말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는 유럽 최초로 프랭크 게리 회고전이 열리며 이에 맞춰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이 비통재단 미술관도 10월 27일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파리 볼로뉴 숲 북쪽 아클리마타시옹 공원 안 거대한 곡선형 유리로 덮인 미술관은 마치 숲에 내려앉은 거대한 구름을 연상시킨다. 건평 1700㎡, 갤러리만 11개를 갖춘 규모다. 자신만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창의적 시도를 이어가는 루이 비통과 프랭크 게리의 만남도 흥미롭지만 현대미술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뮤지엄의 앞날도 기대된다.

프랭크 게리 건축전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루이 비통 컬렉션과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9월, 루이 비통 메종의 쇼윈도를 통해 게리와 루이 비통의 협업을 미리 감상할 수 있으며, 게리를 포함한 21세기의 아아콘 6명(프랭크 게리, 신디 셔먼, 칼 라거펠트, 레이 가와쿠보, 크리스챤 루부탱, 마크 뉴먼)의 모노그램 백 재해석 프로젝트도 순차적으로 국내에 소개될 예정.

파리에서 프랭크 게리의 건축 예술적 면모를 부각시키는 행사가 열린다면, 런던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배터시 발전소 재개발 프로젝트’의 수장으로 그를 지목했다.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공동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게리의 첫 런던 프로젝트이자 예산만 80억 파운드(약 13조6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1930년대 템스 강 남쪽 강변에 지어진 배터시 발전소는 약 25년 전 가동이 중단된 시설로, 첼시 구단이 경기용 부지로 입찰에 도전장을 내미는 등 수많은 개발 계획 수립과 변경, 논의를 거듭한 끝에 작년 말 복합문화주거공간 개발이 확정된 지역이다. 이곳에 약 1200명을 수용하는 레지던스와 쇼핑몰, 도서관 등이 들어서게 되며, 게리는 레지던스 5동 설계를 맡는다(런더너들의 향수가 깃든 발전소 굴뚝은 상징적인 의미로 남겨두기로 했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뮤지엄으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일으킨 프랭크 게리. 그가 ‘빌바오 효과’에 이은 ‘배터시 효과’를 런던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그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글=조민정 헤렌 기자

[사진 설명]
1 파리 루이비통재단 뮤지엄
2 프랭크 게리의 아이디어 스케치.
3 배터시 화력발전소
4 특유의 역동적인 곡선이 돋보이는 루이 비통 쇼윈도 콜래버레이션. 범선을 모티브로 했다.
5 배터시 화력발전소 재개발 조감도
6 위글 사이드 체어-뭐든 접고 구부리는 프랭크 게리답게 골판지에 곡선을 가미해 만든 독특한 사이드 체어. 의자 디자인에서도 그의 독창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7 스타타 센터-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스타타 센터는 직선을 자유롭게 뒤틀어 배치해 마치 빌딩의 콜라주처럼 설계했다. 이 건축물이 독창적인 사고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투영한 작품.
8 네덜란드 빌딩-남녀가 춤추는 듯해 ‘댄싱 빌딩’으로 불리는 프라하의 건축물. 비대칭과 다양성이 극대화된 건축물이지만 우아한 곡선 덕분에 클래식한 이웃 빌딩과도 잘 어우러진다.
9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월트 디즈니의 미망인인 릴리안 디즈니가 남편을 기리기 위해 의뢰한 건축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막 피어나는 장미꽃을 형상화했으며 LA 다운타운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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