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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처럼 지급하고…중도인출 허용하고…적립식 펀드 '맞춤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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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적립식 펀드 상품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증권사.은행 등 판매사들마다 상품 차별화에 전력을 쏟으면서다. 적립식 펀드는 매달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몰릴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 위험 분산'이라는 똑같은 장점만으론 더이상 고객을 유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변신의 방향타는 '고객 맞춤형'이다. 투자자들이 편입 자산 비중과 가입 기간은 물론, 수익 회수 방식까지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고객 편의를 높이는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적립식 펀드의 수수료를 끌어 내리는 등 '가격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 장점은 접목하고,단점은 최소화=적립식 펀드를 파는 금융업체들은 그동안 교통상해보험 무료 가입 등 이런저런 부가서비스를 곁들이는 데 치중했다. 또 독도 분쟁, 어린이날 등에 맞춰 수익률보다는 포장만 그럴 듯하게 해서 내놓는 '이벤트성 상품'도 쏟아냈다.

그러나 고객들이 펀드 상품명이나 마케팅에 현혹되기보다는 실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찾으면서 여러 금융상품들의 장점을 접목한 펀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이 최근 선보인 '우리가족 수호천사 적립식 펀드랩'은 연금 스타일로 수익을 되돌려주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만기가 돼 적립금을 되찾을 때 연금 타듯 매달 일정액을 분할해 수령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고객이 원하면 한꺼번에 다 찾아갈 수도 있다.

회사측은 가입 기간엔 주식형으로 운용하던 펀드를 만기가 지나면 채권형으로 바꿔 수익 굳히기에 들어간다. 동양종금 랩운용팀의 조원복 팀장은 "만기가 지나면 매달 연금보험처럼 돈을 타갈 수 있어 노후자금 마련 재테크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이 내놓은 어린이용 적립식펀드인 'KB사과나무펀드'는 중도 인출이 쉽지 않은 단점을 보완했다. 돈을 붓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의 중도 인출이 가능한 변액유니버셜보험의 장점을 벤치마킹한 것. 안전한 국공채 위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는 해약 없이 최대 6차례(만 5세.7세.13세.16세.19세.22세)입학 시즌마다 중도 인출할 수 있다.

◆ 천편일률 적립 방식 탈피=삼성증권은 나이대에 따라 운용자산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조절하는 '웰스 플랜 세대별 펀드'를 운용 중이다. 세대별 투자 성향이 조금씩 다르다는 전제하에 만든 상품이다. 이 펀드는 30대.40대.50대 펀드 등 모두 세 종류. 가입 초기엔 상대적으로 주식편입 비중을 높여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다가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채권 비중을 높여 안정성을 꾀한다. 예컨대 '50대 펀드'상품에 가입하면 처음 3년간은 주식 편입비중이 50%였다가 다음 3년간은 35%, 이어 2년간은 20%, 마지막 2년간은 채권형으로 펀드를 굴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아예 매년 투자자가 편입 자산의 비중을 자유롭게 짤 수 있도록 한 자유선택형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주택구입.학자금.노후대비 등 목적에 따라 목돈을 마련하는 데 적합한 '1060적립식 플랜'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적립기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립기간이 끝난 뒤에도 운용성과와 주식 시장 여건 등에 따라 계속 보유가 가능하다.

한편 대신증권은 1일부터 파는 적립식펀드(부자만들기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를 2.04%로 확 끌어내렸다. 다른 적립식 펀드의 평균 수수료(2.5%안팎)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이재순 조사팀장은 "적립식펀드에 보험 등 각종 부가서비스 제공 경쟁이 불붙고 있지만 그런 서비스들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 서비스 비용 부담을 운용사나 판매사가 지는 것인지, 혹 투자자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닌지를 꼼꼼히 따져야한다"고 지적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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