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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에 멧돼지가 … 천연기념물 3종 식물 482종 조류 70종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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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석양처럼 붉은 배를 가진 새매(천연기념물)가 갈대숲 상공을 유유히 날고, 먹이를 발견한 수리부엉이.쇠부엉이(이상 천연기념물 제324호)가 빠른 속도로 밤하늘을 가른다. 족제비가 풀숲에서 뛰어놀고 난지천 공원 오리연못 맑은 물에 송사리가 알을 낳는다. 인근 산에 살던 멧돼지가 '억새풀 축제' 때문에 밝힌 호롱불에 이끌려 밤이면 노을공원으로 산책을 나온다.

쓰레기 매립지를 복원해 85만 평의 월드컵공원으로 재탄생한 서울 난지도의 생태계가 생명을 품는 대자연의 모습 그대로 복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월드컵공원관리사업소는 "지난 1년간 생태계를 모니터링한 결과 붉은배새매.수리부엉이.쇠부엉이 등 3종의 천연기념물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는 서식조건이 까다로운 희귀 조류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생태계가 정상 복원됐다는 의미"라고 30일 밝혔다.

특히 지난해 10월 억새풀 축제 기간 중 멧돼지가 출현한 것으로 보고돼 발자국 등 유입경로를 추적한 결과 고양시 대덕산에 서식하는 멧돼지가 월드컵공원으로 수시 왕래하는 등 주변과 생물종의 교류도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유류 중에서는 땃쥐.멧밭쥐 등 지난해엔 없던 종이 보고됐으며 서울 인근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족제비.너구리 등도 발견됐다. 환경부 지정 보호 야생동물인 맹꽁이도 그 개체수가 크게 늘어났다.

식물의 경우 사방김의털(가칭).곧은털비름(가칭)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자생식물 두 종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서울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야고.울산도깨비바늘.금창초.봄망초 등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난대성 식물 12종이 자생하고 있음이 새로 확인됐다.

관리소는 "난지도에 야생조류 70종, 포유류 10종, 무척추동물 27종, 식물 482종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러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월드컵공원이 지난 3년간의 동식물 상호 간 자연조절을 통해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이뤘으며 이에 따라 생태계가 마침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월드컵공원을 개장한 2002년 이후 3년 만에, 쓰레기 매립이 시작된 1987년부터 따지면 18년 만이다.

서울시 오순환 푸른도시국 환경보전과장은 "난지도는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태계 회복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생태계 변화상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해 앞으로 나무를 많이 심는 등 생물 서식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31일자 11면 '난지도에 멧돼지가' 관련 사진 가운데 위에서 셋째의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는 '새매(천연기념물)'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또 난지도 쓰레기 매립은 1987년이 아닌 78년 시작돼 92년까지 15년간 계속됐다고 월드컵 공원 측에서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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