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귀갓길 여성 경찰차로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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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퇴근길이 무서우면 여성들은 이제 112에 전화하면 된다. 경찰이 순찰차로 호출한 여성을 집 대문 앞까지 태워 주기 때문이다. 강도·절도·강간 같은 중범죄가 우려되지 않더라도 여성이면 전화 한 통화로 퇴근길 공짜 ‘경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바로 대구경찰청이 지난 1일 시작한 ‘112 여성 안심귀가 동행 서비스’다.

 경찰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용은 아직 하루 2통 남짓이다. 6일까지 모두 12통의 전화가 112 상황실에 걸려왔다.

 여대생 최소영(20)씨는 지난 3일 오후 10시40분쯤 동행 서비스를 처음 이용했다. 인적이 드문 동구 신서혁신도시에서 112에 전화를 걸었고, 경찰관 2명이 2분 지나 순찰차로 도착했다. 김씨는 “가로등이 없는 곳에 남자들이 서성이고 있어 불안해 112에 전화했다”며 “앞으로 자주 동행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행 서비스는 범죄 발생이 잦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제공된다. 경찰은 신고가 늘 것으로 보고 자율방범대원과 무도인 순찰대원까지 참여시켰다. 2인1조 21개팀(43명)을 꾸려 대구 지역 10개 경찰서 지구대에 배치했다. 이상식 대구경찰청장은 “경찰 대신 자율방범대원이 출동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대원들의 신원조회까지 별도로 거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율방범대원이나 경찰인 것처럼 여성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보고 ‘여성 안심귀가 동행 차량’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순찰차에 부착했다. ‘안심동행 도우미’라고 쓰인 명찰과 조끼도 만들었다. 올 들어 대구에서 발생한 성폭행 등 여성 범죄의 39.1%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 사이에 일어났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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