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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부품기술은 자동차산업의 '엔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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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선우 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

BMW는 지난해 7월 i3라는 전기차를 선보였다. i3는 기존 전기차와 전혀 다른 차원의 친환경 자동차다. 차량의 내·외장에 쓰이는 플라스틱 부품의 약 4분의 1은 재활용 플라스틱이어서 폐차 후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지붕과 차체 골격은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써 차체 무게를 줄이려 노력했다. 내장재인 우드 트림도 유칼립투스 나무를 사용해 지구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철학을 보여줬다. 동시에 BMW는 소비자에게 진정한 친환경 자동차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i3 조립 공장에서 쓰는 에너지 또한 친환경 풍력 발전 에너지를 사용한다.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5월 나온 벤츠 S클래스에는 긴급제동장치 등 다양한 안전 장치가 다른 회사 차량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적용됐다. 이를 통해 벤츠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한다는 이미지를 쌓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약 130만 명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고, 약 5000만 명이 부상을 입는다. 이에 따라 세계 자동차 기업의 안전에 관한 연구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강화되는 안전 규제 덕택에 자동차는 점점 스마트해져 2025년쯤에는 특정 도로 조건에서 자동차 스스로 알아서 주행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많은 사람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기술 또는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안전 규제 대응 차원에서 얻게 될 결과물이다.

  최근 전기차로 유명해진 미국 테슬라는 전기차를 넘어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 자율주행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은 아우디와, 애플은 벤츠와 각각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일본은 자동차 산업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전기자동차의 경우 세계 시장을 선도할 브랜드가 아직 없다. 그나마 전기차의 중요 부품인 배터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위안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을 위한 레이더, 레이저 스캐너, 관성항법장치 등 핵심 부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회사는 한 곳도 없다. 이런 상황이 지금까지 순항해 왔던 우리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자동차 산업은 기계를 벗어나 전자·통신·반도체 등 모든 산업 역량을 투자해야 하는 종합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한 기술 산업인 동시에 부품 산업이기도 하다. 기술이 있어야 산업을 지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술은 제조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부품 산업에서 나오게 된다. 정부 지원 사업으로 우리의 약점인 부품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제고해야만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국내 자동차 산업에 희망을 걸 수 있다. 전기자동차나 자율주행자동차는 궁극적으로 우리 자동차산업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선우 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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