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존립의 근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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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종교재단이 설립한 중·고교의 종교교육이 요즘 교육계의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문교부가 시·도교위에 사립학교 정관개정준칙을 시달하면서 종교과목을 선택과목으로 격상시킨데 대해 기독교단의 일부가 반론을 제기하고 오히려 종립학교의 건학이념을 살리는 사립학교법개정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비롯되었다.
특히 어떤 종파의 기독교는 교단총회의 결의를 토대로 산하의 각급학교가 당국의 지시에 따르지 말것을 시달하기까지 했다. 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같다.
더우기 종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문제가 「사학의 건학이념」이란 교육문제와 「종교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권리문제를 광범하게 포괄하고 있기때문에 정부의 일방적인 지시로서도 해결될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그 중대성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문제는 발단에서부터 정부의 단순·획일적인 정책입안과 그 집행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는 정부의 중·고교 평준화시책이 낳은 평지풍파이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평준화시책이 적용된 69년과 고등학교에 그것이 적용된 73년이전엔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은 학교설립이념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크게 강조되었고 강력히 실시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건 학칙인만큼 문제될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우선 종교적배경이나 신념에의해 학교를 선택했고, 그 학칙을 따를것을 전제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천입학이 실시되면서 그런 종립학교의 특색은 크게 후퇴하게 되었다.
전국적으로 3백70개교에 이르는 종립학교들은 추첨배정으로 들어온 학생들에게 종교교육등 특수목적의 교육을 시킬수 없다는 당국의 지시를 따를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 학교들이 당국의 지시를 옳다고 해서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있는건 아니다. 그들은 그들나름의 건학이념을 지키길 희망하면서 당국의 지시에 억지로 따르고 있을뿐인 것이다.
때론 비정상적인 편법으로 종교교육을 시킨다고도 한다. 이는 눈을 속이며 종교교육을 시킨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가 학교로 하여금 비교육적교육을 강요하는 꼴이다. 이런 사이에 종교를 믿지않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학생에게 특정종교를 교육하는 모순까지 빚게 되었다. 학생측에서 보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자유의 엄연한 침해일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종립학교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 역시 자기 모순에 빠진다.
사립학교는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학교다.
그런 사립학교중에서도 종립학교는 종교적인 「특수성」을 법에 의해 인정받아 설립된 학교다.
그럼에도 그 학교의 「특수성」과「자주성」이「평준화」의 통제아래 무시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종교단체들이 많은 재정을 투입하여 학교를 설립할 때는 국가를 대신해서 국민교육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이외에 종교적 목적이 있음도 간과할수 없다.
만일 이런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억제한다면 「사립학교법」의 정신에 위배될뿐 아니라 정작 「종교자유」를 규정한 헌법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우리는 무신앙자, 혹은 타종교신앙자에게 특정종교교육을 강요하는 문제 못지않게 종립학교가 당면한 종교자유박탈 사태에도 관심을 환기하고자 한다.
그런 관점에서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 당국의 방침대로 지금 규제되는 것은 옳다고 할수 없다. 그런 관점이 아니라도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 일반교양이나 윤리도덕교육의 일환으로 결코 무시되어선 안된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종교교육이 곧「예배」를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늘과같은 인간교육부재시대에 그나마「성서」나「불경」을 공부한다는 것이 득은 될지언정 「종교자유의 위협」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적극 추장하며, 아울러 평준화시대에 발생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차라리 「평준화」시책 자체의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논리를 극복하는 당국의 노력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바다.
「공립」과「사립」은 문자그대로 건학의 목적과 이념이 다른 것이다.
언젠가는 「사립」만은 「평준화」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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