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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에 우승 … 나는 행복한 사람" 최상호 '챔프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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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최상호가 17번 홀에서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뒤 갤러리의 환호에 손을 치켜들어 답례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우승컵을 들고 있는 모습. [KPGA 제공]

KT&G 매경 오픈 골프대회 4라운드가 벌어진 29일 경기도 성남의 남서울골프장에는 중년 갤러리들이 많았다. 3라운드까지 8언더파로 선두를 유지한 50세 노장 최상호(빠제로)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갤러리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최상호는 2언더파를 추가, 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다.

1996년 영남 오픈 이후 9년 만에 챔피언트로피를 차지한 노병의 귀환. 아시안 투어의 강자를 포함한 156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큰 대회에서의 우승이어서 나이 지긋한 갤러리들은 마치 자신이 우승한 듯 감격해 했다.

최상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내가 진짜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15년 동안 이 골프장에서 헤드프로로 있어서 행운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우승소감을 밝혔다.

최상호는 첫날부터 끝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았고, 2위 타원 위라찬트(태국)에게 3타 차의 완벽한 우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국내 프로골프의 두 가지 기록을 바꿨다. 통산 43승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최다승 기록을 하나 더 늘렸고, 최고령 우승(종전 44세.김종덕) 기록도 깼다. 최상호는 우승 상금 1억원을 받아 올 시즌 1억2580만원으로 상금순위에서도 선두에 올랐다.

그는 경기도 고양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16세이던 71년 고양의 뉴코리아 골프장 연습장에서 연습공 쿠폰을 팔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고, 연습생 선배로부터 아이언 하나를 얻어 밤에 몰래 도둑 골프를 치면서 실력을 키웠다.

최상호는 "잘못 치면 비싼 공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한 타 한 타 혼을 담아 쳤다. 그때의 집중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별 재능을 보이지 않아 선배들로부터 구박도 받았고, 77년 프로테스트 7수만에 연습생 동기 여섯 명 중 다섯 번째로 합격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78년 여주 오픈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뒤 통산 43승을 거둔 대기만성형이다. 키가 1m70㎝인 최상호의 양팔 길이는 1m76㎝다. 무거운 쇠파이프 등으로 스윙연습을 하도 많이 해 팔이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성남=성호준 기자

*** 최상호 일문일답 "한길을 가니 나이 들어도 우승 가능"

-제2의 전성기다.

"그런 것 같다. 잘하면 상금랭킹 1위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올해 일본 시니어투어에 나가야 하나, 국내 투어를 계속 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고비는.

"매 홀이 고비였다. 17번 홀 버디 퍼팅 후에야 우승을 생각했다."

-나이 들어서도 우승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한길을 가기 때문이다. 선수라면 코스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기 싫어도 채를 만지고 퍼팅이라도 한 번 한다. 1977년 프로에 데뷔해 3년 반 동안 연습장에 있었고, 이후 25년간은 골프장에 있었다."

-예전에 비해 거리가 늘었다.

"장비 덕분이다. 이번까지 남서울에서 세 번 우승했는데, 82년 15언더파로 우승할 때는 세컨드샷을 2번이나 3번 아이언으로 쳤다. 이번에는 7번을 쳤다. 클럽과 공이 좋아져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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