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의 장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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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 없는 하늘 높이
치켜든 예봉이라
그 장한 깃발로 하여
다져왔던 의지들이
불멸의 빚이 되어서
스스로를 사뤘니라.
지나온 날들의 길도
다가오는 길앞에도
순풍에 돛을 다는
항해만은 아니리라
슬기를 소금에 절여
이 산하에 뿌려야 하리.
이제사 당신의 품을
사랑하는 말을 하리.
이 겨레의 가락을 찾아
횃불을 쳐들었기로
분명히 핏줄이 있는
목소리가 있었기로.
민족시 짓기운동
민족시 백일장이
잠드는 혼을 깨위
큰물살로 일궜니라.
우리는 우리 숨결을
정녕 듣고 싶었느니
장도가 험난해야
영광 또한 빛나리니
한마음 다진 길이
어이 허든 무너지랴.
역사는 그대를 알고
그대는 역사가 되리.
한 줌의 소금이 되어
한 줄기의 빛으로 되어
사랑하는 겨래 품에
사랑하는 이 산하를
영겁을 싸안고 가라
빚과 소금의 장도여!

<편집자주>위의 축시는 경북문경군점촌에서 『나래 시조문학』(이간)을 펴내며 시조직시 운동을 벌여온 시조시인 정석주씨가 본지 5천호를 축하하기위해 보내온 것이다.
정씨는 동봉한 편지에서 『겨레시짓기 운동을 크게 벌이고 있는 중앙일보의 무궁한 번창을 기원한다』고 밝히고 초야에 묻힌 자신의 작품이 중앙일보 5천호지면의 말미에라도 게재될수 있다면 자신의 시조운동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씨는 41년 경북예천출신으로 80년에 시조문학 추천을 완료하고 81년 대구해일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됐다. 현재 문협 문경지부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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