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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 야구 새싹 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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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멘토리 야구단 선수에게 캐치볼의 기본기를 가르치고 있는 양준혁. [오종택 기자]

“공을 받을 때는 가슴으로 안는 것처럼 해봐. 부드럽게.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잘할 수 있겠지?”

 양준혁(45·전 삼성)은 주말이면 경기도 하남시의 한 운동장에서 30여명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친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18년 동안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했던 그는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직함은 ‘멘토리 야구단’ 감독. 그런데 이상하다.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아이들 폼이 영 엉성하다.

 이들은 프로를 꿈꾸는 엘리트 선수가 아니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어려운 환경 때문에 마음껏 야구를 즐길 수 없는 아이들이다. 다문화·저소득층·탈북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으로 구성된 팀이 멘토리 야구단이다.

 양준혁은 “2010년 삼성에서 치른 은퇴식 수익금으로 청소년 야구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크지 않은 행사에 1000여 명이 참가신청을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하면서 아이들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어려운 환경에서 야구를 했기 때문에 멘토리 야구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멘토리 야구단은 서울과 경기도 성남·시흥·양주 등에 6개 팀(유소년 5팀·청소년 1팀)이 있다. 매주 1회 야구를 배우고 즐긴다. 양준혁은 주말만큼은 다른 스케줄을 줄여서라도 아이들과 만난다. 야구교실뿐 아니라 인성캠프·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양준혁 야구재단이 주관하는 멘토리 야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도 받고 있다. 특히 국민생활체육회는 멘토리 야구단을 ‘행복나눔 생활체육교실’ 사업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양준혁은 “야구를 하면서 자신감이 커진 것 같다. 아이들이 공부에도 흥미를 붙이길래 지인들에게 부탁해 영어·수학 등을 가르치는 공부방도 만들었다”고 했다.

 또래들부터 소외받았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특히 밝아졌다고 한다. 러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이반(9) 군은 “야구를 정말 좋아하지만 중계를 통해 보기만 했다. 그런데 멘토리 야구단을 통해 친구들과 많이 친해졌다. 야구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남=박소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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