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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권교포의 올림픽참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8년 서울올림픽 소식을 들은 중국대륙의 우리 교포들은 밤새워 『울고 춤추며 기뻐했다』고 한다. 최근 중앙일보에 우송된 중공교포 김모씨의 편지속에 담긴 사연이다.
중공 어느 공업대학 교수이기도한 김씨는 또 우리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중공에 사는 교포들도 자유롭게 조국을 내왕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번만이라도 고향땅을밟고 싶다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전해 듣는 우리는 새삼 마음이 무겁다.
현재 공산권에 사는 우리 교포는 중공땅에 1백 60만, 소련땅에 40만, 약 2백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것은 최소한의 숫자이고 실제론 중공에만 1백 90만명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추계도 있다.
그렇다면 공산권에 사는 교포 2백30만은 비공산권 98개국에 사는 1백 59만명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이며 이 이상 더 망각지대에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들이 조국을 등지고 욕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서울의 단파방송을 듣고 헤어진 가족·친척들을 그리워하며 어디서나 한국출신임을 자랑하는 우리의 한 핏줄임을 상기할때 당연히 우리는 이들을 도와야할 책무가 있다.
재중공교포의 생활상은 그동안 간간이 들었으나 최근 재미동포 「피터현」의 중공여행기만 보더라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심정이 역력히 엿보인다. 이들은 한글성경·한글신문을 돌아가며 읽고 명절에는 『장화홍련전』을 공연한다. 의식주 모두가 고향에서와 똑같이 생활한다. 비록 이들이 어디에 살건 이들은 우리 강토(강토) 출신의 아무개이며 또 그 후손들이다.
우리의 국력이 미미했던 시절이면 몰라도 이제는 우리도 『아시아인의 황제』와 『世界人의 황제』를 연거푸 치를 만큼 성장했다. 이 두 축제는 지구상의 이념과 체제를 초월한 모임인데도 가까운 중국대륙에서 장벽에 막혀 한국인이 한국땅을 밟지 못하는 현실은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더구나 국토가 분단되긴 마찬가지인 중국도 최근 중공측에 의해 대만거주 중국인의 본토 자유왕래가 제안된바 있었다.
우리도 이미 몇차례에 걸쳐 북한에 대해 남한교류를 제안해왔다. 문호는 벌써 활짝 열려있다.
이 문호는 비단 북한쪽에만 열어놓은 것은 아니다. 사해동포에게 모두 열어 놓았다. 동포이면서, 같은 혈연이면서, 이념의 벽에 갇혀 헤어져 사는 고통을 덜어준다는 뜻에서 우리의 평화개방정책은 범세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들의 인간적인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야말로 이념과 체제를 초월하는 인간애의 정신인 것이다. 하물며 올림픽은 인류애의 정신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이런 점에서 우리의 외교적 노력은 시야를 보다 적극적으로 넓혀야할 것이다. 중공당국에 인도적인 견지에서 이들의 올림픽참관을 교섭하는 한편 제3국이나 국제기구를 통해서라도 이들의 모국방문을 실현시켜야한다.
더구나 중공은 비공식적 반응이나마 서울올림픽에 참여할 뜻을 비쳤다. 또 한국·북한·중공·일본사이에는 지금 동경-북경 항공노선의 한반도 통과를 위한 항로교섭이 우회적으로나마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공의 정치적 화해무드도 있다.
이런 정치적 환경을 잘만 요리하면 중공교포는 물론 소련에 살거나 동구권에 사는 교포의올림픽 참관도 어려운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인류애의 제전인 올림픽이 분단국의 비원인 동포애마저 실현시켜줄 수 없다면 그런 아이러니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미 문을 활짝 열어놓은 우리쪽보다는 중공당국에 있다. 우리는 중국인 특유의 대국지풍으로 보아 우리 동포들의 간절한 소망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 중공서 온 편지의 회답은 『희망을 갖자』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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