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중국 뱃길 붐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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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3일 오후 인천항 국제여객선부두. 서울 대신고 2학년 학생 25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20분 단둥(丹東)으로 출항하는 동방명주호에 올라 4박5일간의 중국 수학여행길에 올랐다.

출국장을 나서던 양모(17)군은 "난생 처음 여권을 만들어 떠나는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어젯밤에는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인천.평택항과 중국 칭다오(靑島).웨이하이(威海).단둥 간 한.중 카페리를 이용한 수학여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중 카페리 수학여행이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도 중국 붐이 일고 있는 데다 선박편을 이용할 경우 경비도 국내 여행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 들어 독도 문제 등으로 각급 학교에서 일본행 수학여행을 거북해 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산둥(山東)성 칭다오와 웨이하이 등 2개 항로를 운항하는 위동항운의 경우 이달 들어 매주 1개팀(400~500명) 정도의 수학여행단을 실어 나르고 있다.

서울 재현고 1학년 490여 명은 위동항운의 뉴골든브리지2호를 타고 16일 웨이하이로 건너가 장보고 유적지, 해양 해저세계 등을 돌아보고 20일 인천항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을 인솔한 배명한 교사는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 외국여행을 간다는 점에서 흥분한 학생들이 많았다"며 "낯선 언어와 문물을 접하고서는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위동항운에는 28일과 31일에도 칭다오로 향하는 2개 고교의 수학여행단이 예약돼 있다. 이 회사 박석호 여객부 차장은 "카페리 정원이 600명이어서 일반 승객이 많을 경우 수학여행단의 예약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10시40분 평택항 국제여객선부두에는 대륭페리의 다롱호를 타고 닷새간의 중국 산둥성 룽청(榮城) 수학여행을 다녀온 동국대부속중.호남고 학생 400여 명이 내렸다. 지난 5일에는 서울 경기고 학생 630명이, 17일에는 수원 청명고 학생 570명이 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 장보고 유적지, 진시황 유적지, 태산 등을 돌아보고 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롱호의 정원이 834명으로 예약에 여유가 있어 수학 여행단의 예약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서는 단체연수를 가는 대학생들도 한.중 카페리 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24일 오후 5시에는 부산 동주대의 중국 연수단 450여 명이 대인호를 타고 다롄(大連)을 향해 인천항을 떠났다.

한.중 카페리 수학여행 전문 여행사인 CDT투어는 수학여행 시즌인 지난달 말부터 이달 말까지 단둥.웨이하이.스다오(石島).칭다오 등지로 모두 3000여 명의 수학여행단을 보냈다.

이 회사 김도현 실장은 "올림픽 개최 등으로 학생들 사이에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천편일률적인 국내 수학여행에 비해 학생들의 기대감이 더 높아 한.중 카페리 수학여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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