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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맥짚기, 대폭 세일에 나선 악성 미분양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부산 해운대 위브더 제니스는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로 꼽힌다.2007년 분양을 시작해 2011년말 준공됐다.지은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안팔린 게 있다.두산건설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2년을 살아보고 마음에 들면 분양받는 조건으로 입주자를 모집 중이다.

분양가도 9%나 낮췄다.일단 계약자 앞으로 등기를 하고 계약기간 이후 사고 싶지 않으면 회사측에 되돌려 주는 조건이다. 등기 때 낸 세금은 되돌려 준다. 해운대 현대 아이파크도 미분양분 털기에 나섰다.호텔과 마주쳐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20% 할인 판매 중이다. 이 영향으로 227㎡(69평형)대는 대부분 팔렸고 244㎡(74평형)은 좀 남아있다.당초 분양가(3,3㎡1600만~1900만원)보다 2억~3억원 정도 할인된 금액이다.

인천 영종도 하늘도시의 한라비발디의 할인폭은 더 크다.분양가보다 30%를 깍아 3,3㎡당 700만원대다. 이 아파트는 2년전 분양 당시 경기 침체로 절반도 안팔렸었다.101~255㎡ 규모 1365가구가 들어선 대단지로 2012년 9월 입주가 시작됐다. 회사측은 미분양분을 줄곧 비워뒀다가 근래들어 대폭적인 세일에 나섰다.

정부의 9.1대책 이후 악성 미분양 아파트들도 잘 팔린다.주택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8월말 현재 집이 완공됐는데도 팔리지 않은 아파트는 1만9000여가구다. 한때 5만3000여가구나 됐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 준 것이다. 한라비발디는 영종도 카지노리조트가 본격 개발된다는 소식 덕을 많이 봤다. 2017년 파라다이스 카지노시티 복합리조트가 개장되고 외국 투자사업인 LOCZ코리아의 카지노복합리조트 단지도 본격 추진 중이다.사업주체가 인천도시공사에 계약이행보증금을 내고 설계 발주와 임직원 채용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분양 촉진에 큰 힘을 보탰다.

영종도 한라비발디는 워낙 미분양 물량이 많아 기존 입주자들은 그동안 애가 많이 탔을 것이다.아파트값은 곤두박질 친데다 편의시설 또한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서이다. 회사측은 이를 감안해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분양가를 11%씩 깍아줘 마음을 달랬다 그래도 미분양분이 잘 해결된다니 천만 다행이다.건물만 덩그렁히 서 있으면 기존 입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텐데 말이다. 해운대권은 각종 편의시설이 구비된 지역인데다 미분양분이 많지 않아 다른 지역보다 사정이 낫다.

다만 조망권 문제가 있는 아파트는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져 관련 주민들의 볼은 부어있다.이런 마당에 미분양 분에 대한 할인 분양까지 했으니 후유증은 당분간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주택업체로서는 미분양 분의 처리가 골치거리였다. 할인 분양을 대 놓고 할 수도 없었다.그랬다가는 기존 입주자들도 집값을 깍아 달라고 아우성친다. 이번에는 참 조용하다.그간에 입주자들의 마음 고생이 심해서일까. 아무튼 별다른 분쟁없이 악성 미분양분을 정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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