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시아극단중 가장 감동적인 무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 극단 단원 16명은 지난10월20일 서울을 출발, 벼르고 벼르던 유럽 연극제 참가및 순회공연의 장도에 올랐다. 우리의 일정은 10월L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시제스연극제에 참가하고 11월2일부터 8일까지 프랑스의 렌에서 개최되는 「오늘의 음악극 페스티벌」에서 네차례의 공연을 갖고 이어서 9일부터 13일까지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에시 로열 트로피칼 뮤지엄의 초청으로 공연을 갖기로 되어 있었다.
시제스는 스페인 최대의 항구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40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관광휴양도시인데 여름 시즌이 끝나는 10월15일부터 10월말까지 스페인 최대의 국제적 연극제가 펼쳐지는 것이다. 금년에 14회째가되는 「시제스·페스티벌」에는 30여개국 50여단체가 참가하는 성황이었다. 아직 9월초순의 날씨인 시제스는 막바지에 이른 페스티벌의 축제 무드로 들떠있었다.
페스티벌의 조직책임자인 「리칼·살바트」씨는 한국연극이 스페인에서 상연된것은 유사이래 처음일것이라며 그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우리가 공연한 프라도극장은 객석 8백석 정도의 대극장으로 19세기에 지은 극장이다.
우리 연극의 개막시간은 밤10시. 시간이 다되었는데 관객은 몇사람밖에 없었다. 우리의 수입과는 관계가 없지만 빈객석을 놓아두고 연극을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10시가 지나면서 관객이 몰려들기 시작, 순식간에 객석이 메워졌고 우리 연기자들은 신바람이 나서 정신없이 연극을 했다. 유럽에서의 처음 공연인 만큼 관객들의 반응이 퍽 궁금했다. 관객들은 거짓말처럼 우리의 연극에 섬세한 반응을 보였고 연극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환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열렬한 박수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연기자들은 오히려 쑥스러운 표정들이었다.
이튿날 바르셀로나의 2대신문에는 『무엇이 될꼬하니』에 대한 평이 크게 취급되고 우리의 공연사진이 실렸다.
「한국연극의 엄청난 승리」「연극제 최대의 관심을 끈 한국연극」등의 제목으로 우리 연극을 다루고 전통적인 요소와 오늘의 만남, 서구적 연극과 동양적인것의 만남으로써 퍽 흥미있는 무대라고 격찬을 했다.
시제스 연극제에는 50여개의 공연이 막을 올렸으므로 거리의 서커스로부터 전위적인 연극에 이르는 다양한 형식이 선을 보였고, 공연시간도 하오6시·8시·10시·밤12시, 그리고 새벽6시 해뜨는 바다를 배경으로한 연극등 다양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우리의 『무엇이 될꼬하니』와 이탈리아의 서정적이며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공연이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로서 얘기된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시제스의 페스티벌은 질적인 면에서 별로 높은수준이라고 말할수 없을지 모르지만 축제분위기로서는 성공적인 페스티벌이었다.
시제스 페스티벌의 막을 내린것이 우리 공연이었다면 렌 페스티벌은 우리가 막을 올렸다고 할수있다. 첫날 공연에는 별로 관객이 많지않았다.
주최측의 「카즈나더」씨는 렌시민들이 촌사람들이 되어서 자기들이 모르는것에 대해서는 겁을 집어먹고 피한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나 이런 연극은 1주일을 계속하면 그때는 표를 못구해서 아우성일 것이라고 우리를 위로했다.
이튿날 렌신문에는 페스티벌의 막을 연 세극단, 즉 우리공연과 미국의 리빙 디어터, 그리고 체코슬로바키아의 국립오페라에 대한 평이 실렸다. 리빙 디어터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서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는 그러니까 이젠 어쩐지 시대에 뒤진 공연이라는 평이었으며 프라그의 오페라와 우리 공연을 비교해서 우리의 공연을 「좋은 만남」, 프라그오페라와의 만남을 「나쁜만남」으로 표현을했다.
감동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고 비극적이면서 희극적이고 신선하면서 즉흥적이고 죽음을 소재로하면서 우울하지않은 연극, 뮤지컬이라고 할수없으면서 언어의 핸디캡을 전혀 느끼게 하지않은 연극이라는 점에서 가장 음악적인 연극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 연기자들이 잘 훈련되어 있고 뭣보다도 즐기면서 연기를 하는것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렇게 우리를 격찬하는가하면 프라그의 오페라를 무덤에서 나온듯이 따분하다고 혹평을해서 우리가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프랑스의 유력지 르퐁드도 페스티벌의 종합평에 「한국에서 폴란드까지」라는 제목을 달음으로써 이번 페스티벌의 수확은 한국과 폴란드의 공연이었음을 강조했다. 이번 「렌 페스티벌」에는 공산권의 연극인이나 기자들이 많이 왔는데 우리의 연극에 대해서 무척 호의적이었다.
특히 헝가리아의 한 기자는 우리의 연극을 네번 다 와보는 열성으로 그가 본 극동의 연극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무대라고했다. 뭔가 가슴에 와닿는것이 있는 무대라는 것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것은 많은 교민들이 와서 구경한 것과 현지 대사관과 영사관의 주선으로 마지막날에는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밤을 갖고 문학영화·판소리등을 소개한 것이라하겠다.
또 현지 라디오는 우려 공연을 완전 녹음해서 1시간 반의 프로로 소개한다는 것이었다. 「돈·키호테」의 만용에 가까운 우리의 유럽공연계획이 실현된것은 중앙일보사와 KBS 그리고 삼성그룹의 지원과 국내 연극팬들의 성원의 덕택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있으며 우리가 느낄수 있었던 영광된 순간을 그분들과 나누어 갖고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