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실대출 위기 끝" 선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일본 경제에 큰 부담이 됐던 은행들의 부실대출 위기가 16년 만에 끝났다고 일 정부가 공식 선언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이토 다쓰야(伊藤達也) 일본 금융청 장관이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 3월로 끝난 2004회계연도 결산 결과 주요 은행들의 전체 여신에서 부실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93%를 기록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고 26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토 장관은 "이로써 부실대출 비율을 2002년 3월의 8.42%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7대 은행들이 현재 안고 있는 부실대출 총액도 7조4000억엔(약 68조원)으로 전년보다 46%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는 부실대출을 줄이기 위해 개혁 프로그램을 도입했던 2002년과 비교하면 72% 감소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은행별로는 스미토모(住友)신탁의 부실대출 비율이 1.8%로 가장 낮았다. 또 미즈호.미쓰비시도쿄(三菱東京)금융그룹 등도 이 비율이 2~3%대로 개선됐다.

부실대출이 줄면서 은행 수익성도 개선됐다. 7대 은행들은 2004회계연도 중 총 7335억 엔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에는 6381억 엔의 손실을 냈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의 브렛 헴슬리 피치 이사는 "일본의 금융개혁은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이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이날 선언으로 일본 금융회사들이 위험관리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다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AWSJ는 대출 영업이 부진하고 미국 씨티그룹 등과 비교해 수익성이 떨어지며, 시가총액이 적어 주가를 부양하지 않으면 인수합병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일본 금융권의 부실대출 문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일본 경제의 침체를 상징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부실대출을 해소하기 위해 50조 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