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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과제는 「시민자율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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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금 36년. 해방후 사회혼란과 6·25동란때의 국내치안유지를 위해 실시된 야간통행금지조치가 광복36년, 한국동란 31년만에 풀리게됐다. 통금은 전시등 비상시에 예의적으로 시행됐던것이 평상시에 원칙적으로 실시되고 있다해서 지난36년동안 법률및 사회현실적인면에서 논란이 많았다.

<정치성과 배경>
통금해제는 제5공화국의 안보와 질서 유지에 대한 자신감과 개방사회를 지향하는 의지의 한 표현일수있다.
또 통금해제를 정부의 일방적 조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3당의 합의에 의한 국회의사로 정부에 건의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는 형식을 취한 것도 그동안 다소 구호로만 흐르는 경향을 보인 국회활성화니 대화정치니 하는 명제에 부합되는 평가할만한 방식이 아닐수없다.
사실 해방이후 36년간 지속된 야간통행금지는 남북대치라는 숙명때문에 사회질서 그 자체처럼 여겨져왔고 국민생활속에 깊게 뿌리를 내려 하나의 인습처림 제도화됐었다.
통금이 이처럼 생활화되다시피 된것은 실제 안보와 질서유지에 필요했다는 측면도 없지 앓았지만 정권적차원에서 과감한 개방이나 해제를 어쩐지 위험시한 사고가 있었기때문이란 점도 간과할수 없다. 따라서 이번 해제합의는 안보문제를 정권과 연결시키지 않는다는 전두환대통령정부의 소신의 일단이 구체화된 것이라고도 볼수있다.
또 현실적으로도 88년 서울올림픽에 대비하고 86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한 남북경쟁이 임박한 사정을 생각하면 세계적으로도 극소수 나라에서나 남아있는 통금을 그대로 존치할 경우 대외적으로 나쁜 인상을 주고 북괴가 악선전할 재료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통금해제의 여야공동건의를 전격제의한 민정당으로서는 그동안 본의아니게 수세에 섰던 입장을 만회하는 좋은 카드였던 셈이다. 추경예산안삭감·구정공휴일문제·추곡가·저질탄·하형사사건등으로 좌절되고 밀리기만 했던 민정당에는 『우리도 뭔가 하는게 있어야 할게 아닌가』라는 소리가 나왔고 소속의원들간에는 비록 공식적인 거론은 없었지만『당이 뭔가보여줘야 한다』는 울적한 소리들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와 아시안게임의 유치경쟁을 위한 현실적 필요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통금해제와 국회건의형식이 정부·여당간에 결정된 것으로 생각된다.

<법적인 근거>
널리 알려진 것처럼 통금은 법적근거가 매우 취약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통금은 45년9월7일 당시 미군정 포고1호에 따른「하지」중장의 지시에 따라 경기도지사가 서울·인천일원에 선포한것이며 그후 54년4월통금자체에 대한 법의 근거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채 위반자를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1조43합)만 나왔다. 「전시·천재지섭 또는 기타 사회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때 내무장관이 정하는 야간통행제한에 위반한 자」를 처벌한다는 이 규정을 두고 과연 지난2O여년이 여기서 말하는 전시나 그에 준하는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때」에 해당하는가하는 논란이 있어왔고 범죄요건을 장관고시에 위임하는것이 합당한가 하는 법률논쟁도 없지않았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충북등 일부지역에 통금이 해제되자 이는 법의 평등한 적용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여러가지 사실을 감안해 작년 전두환대통령의 11대대통령취임후 정부는 통금의 전면해제를 정면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통금해제를 위해서는▲경찰력의 증강과 그에따른 예산 확보▲해제에 따른 접적지역및 서울에서의 치안유지문제등에 난점이 있어 빠른 해제는 어렵다는쪽으로 기울어졌던듯 하다.
그러다가 88년 올림픽유치를 계기로 이번 민정당과의 협의과정에서 현실적 정치적 판단에 따라 조기해제 쪽으로 결단을 내린것이다.
서정화 내무장관은 바로 지난달23일 국회내무위에서 『대공경찰의 대폭적 충원과 이에따른 예산이 수반돼야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제불가론을 공언했었다.
통금해제건의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해 놓고있는 국민당은 물론 민한당 역시 해제에 적극 찬성인만큼 남은일은 해제를 위한 절차문제다.
국민당에 선수를 뺏긴 민정·민한당은「큰상」을 국민당에만 넘겨주기 아까와(?) 공동제안을 제의했고 국민당은 자당안에 대한 타당의 찬성을 요구하고있다. 그러나 「화합」의 상징적 조치로 일당에 대한 타당의 찬성보다는 「전체」가 제의하는 형식의 공동발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인다.

<치안문제>
야간통금실시에서 얻는 이익은 대공용의자의 활동을 규제하고 각종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금해제가 반드시 안보와 치안유지에 해를 끼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통금해제지역의 치안상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야간통행이 허용된 제주도와 경주등 관광지와 충북등지의 범죄발생률이 통금해제전보다 늘어나지 않고있으며 통금임박해서 많이 발생하던 교통사고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또 매년 통금이 풀리는 신정연휴기간중의 사고·사건도 평소보다 많지않고 크리스머스이브에도 별다른 사고가 없어 통금과 범죄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음을 뒷받침 하고 있다.
통금에 따른 심리적중압감과 경제적손실은 적지않다. 야간통행자단속을 위한 경찰인력, 즉심판사의 일손낭비와 통금시간전후의 교통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통금이 빚은 가장 큰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함께 통금이 외국인에게 주는 이미지 손상은 회복할 길이 없을 정도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야간 통금으로 텅빈 암흑의 대도시는 외국인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불러일으켜 관광객유치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계 1백50여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터키만이 통금을 실시, 대외 이미지에 큰 상처를 주어왔다.

<문제점과 대책>
통금해제에 따른 정신적 해방감 때문에 보안·풍속사범과 강력범이 늘어나 자칫 치안유지가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치안관계자들은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등 6대도시와 46개시지역에서 통금해제로 강력사건이 늘어날것이 예상되며 특히 청소년들의 탈선행위가 급증할것을 우려했다.
방범비상령이 내려진 11월들어 전국에서 살인강도·폭력·절도등 주요범죄사건 6천3백59건을 비롯 보안사범 2만3천5백15건등 모두 3만5천7백76건의 범죄가 발생 했으며 특히 주요범죄의 7O%이상이 통금시간을 앞둔 6시간동안에 일어났기 때문에 통금이 풀리면 강력사건이 더욱 기승을 부릴것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내년부터 통금해제를 실시하려면 적어도 경찰병력을 2만명이상 더 늘려야한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내년에 일반경찰관은 1명도 충원치않고 전투경찰관 1만여명을 뽑아 도시파출소 방범요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통금해제에 대비, 전경대원을 2만명선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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