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직격탄' 홍콩달러 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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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홍콩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홍콩달러화가 흔들리고 있다.

홍콩달러화값은 지난 22일 국제 선물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해 7.829홍콩달러(1년물 기준)로 떨어졌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홍콩의 재정적자를 문제삼아 홍콩의 신용등급 강등을 시사했던 지난해 10월 7.833홍콩달러로 떨어진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실제로 영국계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24일 "사스로 인해 불황이 심화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홍콩의 신용등급(현재 AA-)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그러자 홍콩달러화는 선물환 시장에서 25일 미 달러당 7.836홍콩달러까지 떨어졌다.

홍콩 정부는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을 미 달러당 7.79홍콩달러로 사실상 고정시킨 페그제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경제의 불황이 길어지고 재정적자의 확대가 계속될 경우 신용등급의 하락→국제 핫머니의 공격→홍콩달러화 가치의 하락→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금융위기 촉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 무디스는 현재 'Aa3(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경제는 '사스 불황'에다 중국 대륙의 사스 확산으로 내우외환에 빠져들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낮은 0.5% 안팎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콩 정부는 재정적자의 확대를 무릅쓰고 지난 23일 1백18억홍콩달러(약 1조9천억원)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내리겠다"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의 경고를 무릅쓴 고육책이다.

홍콩의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재정적자가 9백10억홍콩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앤서니 렁(중국명 梁錦松)재정사장이 잡은 계획치(6백79억홍콩달러)보다 34% 더 많은 수치다. '사스 불황'으로 오는 2006회계연도에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장기계획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헤지 펀드들이 홍콩달러에 대해 매도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투매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환위험이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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