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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똑똑해지고…편안해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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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아파트 유비쿼터스 등으로 '진화'

아파트의 기능이 날로 달라지고 있다. 첨단이 강조된 똑똑한 아파트가 입주민의 일손을 덜 정도로 '똑똑한 아파트'가 선보이고 있다. 가런가 하면 공간활용도를 높인 편리성도 요즘 아파트가 가져야 할 필수요건이다. 주택업체들이 소비자를 끌기 위해 내놓은 신상품의 현장을 둘러본다. 편집자

아파트 지능이 한 단계 더 높아지고 있다. 첨단기술 덕에 인공지능을 갖게 된 때문이다. 주민들의 생활을 한결 편리하게 하는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춘다. 입주민들은 멀리 움직일 필요 없이 아파트에서 웬만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아파트의 진화는 개별단지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로 확산하는 추세다.

◆보편화한 '유비쿼터스'=아파트에 '유비쿼터스'라는 정보통신상의 전문용어가 일반화됐다. 원래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말한다. '아파트를 통해'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택건설업체들의 광고는 아파트에서 유비쿼터스가 어떻게 현실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도둑이 들어 물건을 가지고 조금만 움직이면 경보가 울린다. 화면을 통해 멀리 떠나 있는 가족을 만나고, 밖에서 휴대폰으로 가스 등 집안 가전제품을 조작한다.

첨단센스는 아파트에 인공지능을 달아준다. 옷장 앞 거울이 옷을 번갈아가며 착용 뒤 모습을 보여준다. 의자에 앉으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바이오리듬이 우울한 감정을 풀어준다.

현실감이 적은 꿈같은 기능이 올해 주택건설업체들이 앞다퉈 내놓은 개발방향이다. GS건설 최임식 주택기술담당은 "아파트에 첨단 기술이 집약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정보통신기술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유비쿼터스 아파트의 전망은 밝다"고 전했다. 미래 아파트의 윤곽 중 일부는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무선랜을 비롯해 인터넷 영화.노래방 등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신규 분양 아파트에 갖추기로 했다. 개인 특성에 맞춰 운동시간과 몸 상태를 관리해 주는 네트워크 러닝머신도 설치한다. 개인에 맞는 최적의 운동량 데이터를 러닝머신에 미리 입력해 놓고 운동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운동이 끝나면 소모 칼로리, 심박동, 혈압 등 건강상태 정보가 자동으로 의료기관으로 넘어간다.

GS건설은 첨단 보안시스템을 개발한다. 지하주차장에서 위험한 상황을 맞았을 때 자동차 열쇠에 붙은 버튼을 누르면 관제실 화면으로 이어지는 비상호출시스템을 도입한다. 도둑이 침입해 금고를 열면 방범센서가 작동해 경비요원이 출동하는 전용금고 보안시스템 설치도 추진 중이다.

아파트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이달 초 인천 송도에서 분양한 더샵 퍼스트월드 주상복합에 'U-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키로 했다.<그림> 입주민이 측정기기를 통해 혈압.체지방 등을 재면 관련 데이터가 헬스케어 센터 서버에 저장된다. 축적된 데이터가 위급한 상황을 알리면 서울대 강남센터의 응급서비스에 연결돼 필요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가정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 전체와 연계=급속한 디지털 발전은 아파트 단지 내에 제한되지 않는다. 도시 전체와 연계되는 추세다. 집 안과 밖이 모두 유비쿼터스화하는 것이다. 공동주택지 분양에 들어간 경기도 용인 흥덕지구가 그렇다. 65만평에 이르는 이곳에는 도시정보관제센터가 설치돼 초고속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정보라인을 한데 묶어 관리한다. 지하매설물과 도시 내 기반시설물 관리, 생활.교통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도시의 안테나인 셈이다. 이들 정보는 유무선 인터넷으로 각 아파트에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분양이 끝나가는 화성 동탄 신도시 역시 도시 전체에 광케이블을 깔고 아파트.상업지역 등에 맞는 통신네트워크를 갖춘다. 정보센터가 총괄한다. 아파트.도시의 첨단화에 따라 입주민들은 편리함을 얻는 대신 더욱 높아지는 분양가 부담을 안아야할 것 같다.

안장원 기자

***신평면으로 공간활용 극대화
실용성 높인 설계에 주부 활동 배려 특징

아파트의 생활의 편의성은 공간활용의 효율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주택업체들은 신평면 개발에도 사운을 걸다시피 한다.

요즘 선보이는 아파트의 평면 특징은 ▶많아진 베이(전면 구획) ▶주방과 거실의 연결 배치 ▶주방구조의 혁신 등으로 나뉜다. 더 크게 그려보면 고급화보다는 실용성을 지향하는 상품이 많아졌다. 생활 질의 업그레이드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올들어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는 부엌의 전면 배치형. LDK(Living-Dining-Kitchen)라고도 하는 이 구조는 아파트 전면(前面)에 부엌과 거실을 함께 배치한 서구형이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주부들의 활성동을 배려한 '공간 나누기'여서 대세로 굳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에서 분양한 홈타운아파트의 33, 46평형을 주방과 거실을 나란히 전면에 배치한 설계를 내놨다. 정흥민 분양소장은 "젊은 주부들을 중심으로 LDK평면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두 개 평형에서만 시험적으로 적용하던 것을 최근에는 전 평형에서 선보일 정도에 이르렀다.

포스코건설은 이달 초 서울4차 동시분양에 내놓은 상도동 포스코더샵 아파트의 대부분 평형에서 LDK설계를 적용했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3차에 분양된 두산위브에서도 선보였다. 이 평면은 개방감이 확대되고 주부들의 동선이 줄어든다는 게 장점이나 설거지 등 부엌일을 할 때 소음이 거실에까지 전달된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구조는 자연스레 거실에서 양방향 조망을 확보하는 장점도 있다.

베이(아파트 전면부를 나누는 공간)가 많아지는 현상은 2000년 이후의 일이지만 올해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30평형대는 90년대까지 2베이였으나 2000년초 3베이로 늘어나고 지금은 4베이로까지 발전했다. 요즘 분양되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3~4베이를 확보하며 40평형대는 5베이로 늘어났다. 삼성건설은 대구 대곡래미안 39평형에 5베이를 처음 시도해 부엌을 포함한 모든 방과 거실이 바깥 공기와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실용성 높은 아파트는 수납공간 활용도에 달렸다. 임광토건은 화성시 봉담에서 분양하는 그대가 아파트의 꼭대기층에는 8평이 넘는 다락방을 제공한다. 임광토건 관계자는 "자녀방이나 수납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엠코는 주방 높은 곳에 널찍한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주방전용 사다리까지 제공했다. 지난 4월 서울 여의도에서 분양된 여의도자이의 경우 침실 붙박이장을 벽속 깊숙하게 들어가게 해 폭을 넓힘으로써 수납공간을 키웠다. 발코니에도 창고용으로 쓸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만든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실내에는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죽은 공간이 의외로 많다"며 "별도의 공간을 마련할 필요없이 죽은 공간을 최대한 살리는 게 편리성과 기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용산 파크타워 주상복합 역시 집안 곳곳에 넓은 수납공간을 배치했다. 현관에 신발장 역할을 겸하는 현관수납장을 만들고 침구류ㆍ의상 등을 수납할 수 있는 붙박이장을 대부분의 방에 설치했다.

최근의 평면혁신은 주부들을 위한 공간활용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대우건설은 주부가 주방에서 일하면서 거실의 가족과 얘기할 수 있도록 'ㄱ'자 대신 'ㄷ'자 주방상판을 선보였다. 'ㄱ'자 주방구조에서는 거실과 주방 사이에 칸막이가 있었지만 이를 떼내고 개방형 조리대를 설치해 작은 평형에서 주방과 거실의 일체감을 도모했다. GS건설은 2~3평 규모의 보조주방에 단열, 새시와 함께 발코니문을 설치해 별도의 공간으로 활용토록 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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