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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킹즈컵축구대회에서 단일팀이긴 하나 충의의 참패는 충격적이었다. 국가대표 3명(조광내·박성화·오석재)등 국내1급선수들로 구성된 충의는 우선 체력의 열세에다 조직력에서 크게뒤져 시종 밀리다 완패했다.
방콕 포스트지는 북한의 센세이셔널한 승리라는 제목의 체육면 톱기사로 대서특필했으며 네이션지는 북한의 팀웍·스피드가 모두 뛰어나 경기를 주도했다고 평했다.
남북 3차례의 성인축구대결에 모두 참가한 조광내는 『화랑이 나왔더라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작년 쿠웨이트대회때의 베스트 11중 4명을 제외하고 대거 교체, 촌스러운 축구에서 이젠 세련된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또 북한은 개인기마저 좋아져 한국도 앞으로 테크닉을 더욱 개발하고 힘을 가미해야 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충의는 오석재·강경호·신문선등 FW진이 공격다운 공격을 한번도 못했다.
이는 이들의 기량부족이 큰 요인이지만 허리를 맡고있는 조광내·추종수가 무릅부상등으로 최악의 컨디션, 공수의 연결이 전혀 되지않은데다 수비에 서도 허점을 보여 문전방어에만 급급하다 참패했다는것이 중론.
○…북한은 16명중 10명을 신인으로 바꾸어 대거 세대교체를 이루었다.
GK(18번) 김강일·RB(2번) 나봉기·RI(8번) 김광호·RW(9번) 안창남·CF(13번) 황상해등 5명과 후보(15번) 김청헌등이 전대표선수이고 나머지 10명을 모두 신인으로 교체한것.
CF황상해는 29세의 노장이면서도 188cm의 장신을 이용한 헤딩과 어시스트가 뛰어났다.
북한의 강덕준 단장은 애써 평양선발팀이라고 고집하고있으나 대표팀이 분명하다는것이 이곳 전문가들의 중론.
○…북한은 이번 남북축구대결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것같다.
예선2차례의 경기에서 전혀 등장도 안하던 3명의 선수를 기용하는등 한국과의 대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은 킹즈컵대회에 번번이 출전신청을 해놓곤 대회직전에 기권해온 북한에 대해 안이하게 대비했다가 허를 찔린셈. 충의는 대회직전에 입대한 오석재·박항서를 보강했으나 콤비네이션이 맞지않았다.
○…북한은 본부석 건너편에 응원단석을 차리고 폭죽을 쏘아올리는등 법석을 떨었다.
또 태국응원단들을 돈을 주고 사서 북을치며 소란한 응원을 벌여 눈총을 받기도 했다.
○…충의의 윤태균단장은 경기가 끝난뒤 북한벤치로 가서 강덕준단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했다. 앞으로 남은 경기도 잘싸워라』고격려하자, 그는허리를굽히며 『감사하다』며 고마와했다.
방콕의 15일자조간지는 이 사진을 크게실었다.
○…북한선수들은 88년 서울올림픽개최를 전혀 모르고있었다.
남북대결에서 이긴 다음날 호텔로비에서 만난 이성호선수(10번)는 TV를 보다 본기자가 서울서왔다며 말을 건네자 당황해하다 겨우 몇마디 대답을 했다.
-언제 대표팀에 뽑혔느냐?
이=대표팀이 아니고 오륜선수 5∼6명에다 2∼3위팀에서 여러명을 뽑은 평양선발팀이다.
-소속이 어디며 나이는?
이=평양 체육대생이고 이번에 처음 선발되었으며 나이는 21살이다.
-같은 민족끼리 남의 나라에서 대견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이=(묵묵부답).
-연습은 어디에서 얼마나 했는가?
이=(잠깐생각하다) 평양에서 두달간 훈련했다.
-경기전에 충의팀에 이길줄 알았느냐?
이=(화난듯이 눈을 흘기며 높은 억양으로)이기려고 나왔지 누가 지려고 나왔느냐.
-88년 올림픽이 서울에서 개최되는것을아는가?
이=(소리를 높여)서울에서 개최될지 평양에서 개최될지 누가 알겠소. (그래서 본기자가 바덴바덴올림픽총회의 이야기를 해주자 의혹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더이상 말을 하지않고 자리를 떴다.)

<방콕=이민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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