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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앓는 세계의 민간항공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세계의 민항들이 중병을 앓고있다.
한 때는 흑자로 흥청대며 전망있는 산업으로 손꼽히던 항공산업의 현주소는 취항노선취소·요금할인·감원 등으로 적자라는 만성병치유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79년 이란혁명의 여파로 항공유가가 치솟으면서 적자국면에 접어든 항공산업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이 몰고 온 금리인상·이용객 절감과 영국과 미국의 항공관제사 파업으로 지난해 9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민항 역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됐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록 이용객은 4%정도 늘었다지만 적자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2주전 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총회 보고에 따르면 내년에는 11억5천만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
이 같은 만성적자를 헤어나기 위해 각 항공사들은 갖가지 교육지책을 쓰고있다.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BA)사는 내년6월까지 9천명의 종업원을 감원하고 4대의 화물기를 매각할 예정이며 주로 동구노선인 16개 국제노선의 운항을 취소할 계획이다. 또 12대의 여객기를 공매처분 할 계획도 세우고있다.
BA사와 함께 76년부터 초음속여객기 콩코드를 취항시켜 온 에어프랑스(AF)사도 그 동안 3억4천만달러의 운항손실을 이기지 못해 콩코드운항의 중지를 심사숙고하고있다.
또 미국의 팬암(PA)사는 지난해 대형빌딩을 매각한데 이어 3개월 전 계열기업인 3개의 호화호텔을 매각했고 인도의 에어인디아사는 동절기 런던노선의 운항횟수를 줄였으며 신형 제트여객기의 구입계획을 보류했다.
그러나 모든 항공사가 적자를 보고있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의 스위사르사는 지난해 2천6백만 달러의 흑자를 냈고 브라질의 바리그 에어웨이사는 올 2·4분기에 1천4백50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 또 싱가포르에어라인(SIA)이나 홍콩에 본사를 둔 CPA도 값싼 인건비와 이윤이 많은 노선만을 골라서 취항,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겪고있는 적자의 고충은 미 달러화의 강세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있다.
보잉이나 더글러스 등의 미국회사로부터 여객기의 구입과 부품의 공급을 의존하고있는 항공사들은 달러가치가 상승할 때마다 적자의 폭은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적자를 메우기 위한 각 항공사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요금인하경쟁
한 때 IATA에 의해 요금의 카르텔을 형성, 전후 항공의 황금시대를 누렸던 항공사들은 77년 미국의 카르탤 파기로 대서양횡단노선의 레이커 스카이트레인이 요금할인에 선수를 친 이래 서로가 서로의 목을 죄는 접전을 벌이고있다.
최근에는 팬암사가 한판승부의 투기로 뉴욕∼런던간의 요금을 5백26달러에서 2백26달러로 내린 데 이어 브리티시에어웨이·TWA 등 각 항공사가 너나없이 요금할인경쟁에 뛰어들어 현재는 대서양 횡단노선의 요금이 1백50가지나 된다.
경비절감대책
조종사훈련에도 시간당 3천5백달러가 드는 실기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간당 15달러면 가능한 지상훈련으로 대신하고 있다. 또 연료절약형으로 엔진을 개조하고 비행속도를 늦추며 순풍을 이용해 비행할 수 있도록 컴퓨터장치를 하는 것도 적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이용되고있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비행기에 묻는 잡물을 정기적으로 닦아내 마찰로 인한 연료손실을 줄이고있으며 TWA는 객석의 잡지종류까지 줄여 기체의 중량을 줄였다.
또 미국의 이스턴 에어라인(EA)은 l년에 4차례씩 엔진을 물로 청소해 2백만 달러를 절약하그 있다. 장기적인 절약책으로는 연료절약형·보잉가나 에어버스기를 구입하는 항공사도 있다.
이밖에 승객유치작전도 치열해 여행사를 통해 50%이상 요금을 할인해주기도 하고 여행사직원들에게 뇌물을 주기도 한다. <뉴스위크지>
KAL
지난해에 3백억원의 적자를 본 KAL은 금년상반기에도 15억원의 적자를 기록, 항공기판매·에너지절약·경제고도이용 등 경비절감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KAL은 무분별한 점보기 도입계획으로 남아로는 항공기 때문에 적자가 누증돼 현재 42대인 항공기를 적정보유댓수인 35대로 줄이기 위해 지난해 DC-10 5대를 모두 팔려고 국제 항공기시장에 내놓았으나 DC-10이 인기가 없어 안 팔리자 점보기라도 팔겠다고 내놓아 지난해 2대를 미국보잉사에 팔았다.
지난해 연료소비량이 6천2백억원이나 되는 KAL은 연료절약대책위를 구성, 무게를 줄이기 위해 기체에 페인트칠을 하지 않고 비행기를 깨끗하게 닦아 공기저항을 줄이기도 했다. 또 병째 싣던 콜라 등 음료수를 무게가 덜 나가는 깡통으로 바꾸고 조종사들도 가능한 한 경제고도로 비행하며 이·착륙 때에도 불필요한 엔진파워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있다.
기체에 페인트칠을 안 했을 경우 페인트무게 2백20파운드를 줄일 수 있어 인간 2만여 갤런(l천4백 만원)의 경비를 절감했다.
세계경기침체가 몰고 온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운항노선 취소, 할인요금 척용, 경비절감, 감원, 보유망 공기매각 등으로 사활이 걸린 한판승부를 벌이고있다. (그림은 작자항공사들 사이에 첫 취항 후 만성적자로 운항정지운명에 놓인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표현한 뉴스위크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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