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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조와 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낙동강 하구개발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국제자연보호연맹이 하구개발계획을 중지하도록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함으로써 제기된 것이다. 그 결의는 아직 공식적으로 우리정부에 전달된 것은 아니나 벌써 보도를 통해 알려진 만큼 사회적 문제로서 조속한 결말을 보아야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
이 결의는 낙동강하구지역에 대한이 이장의 개발을 억제하며 아울러 생태학적 학술조사 등 포괄적인 자연자원 보호대책을 세우도록 촉구하는 내용이다.
낙동강하구가 세계적 희귀조류의 이동경유지로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자연의 보고」이기 때문에 이 지역 자연자원보호를 위해 댐건설·간척지매립의 중지는 물론 여기에 자연대원보존대책과 수질오염방지대책수립, 및 자연보호법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결의는 물론 어떤 법적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요, 또 우리정부에 대해 그 결의를 이행하도록 강요하는 내용도 아니다.
그러나 30여년의 역사를 갖고 58개의 국가회원과 5백개 민간단체가 가맹한 국제기구가 순수히 자연보호와 학술연구의 목적으로 건의하는 내용을 신중한 고려없이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의 딜레머에 빠지게 된다. 이는 20세기 후반에 많은 나라들이 직면해왔던 고통스런 선택이기도하다.
「개발」과「자연보호」라는 두개의 선택지 가운데 필연적으로 하나는 버려야 한다는 괴로움이다.
그 경우에 어느 것을 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냐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궁극적으로 보면 자연보호의 쪽을 택하는 것이 옳은 것이지만 당장 급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개발쪽을 택하는 것이 어쩔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낙동강하구가 당면한 문제도 바로 그것이다. 산업기지개발공사는 부산시상수도원 보호와 용수공급, 염수피해방지, 교통체증완화, 1천여만평의 용지조성을 위해 댐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환경보호논자들은 이에 맞서온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학자들은 하구언(언)이 이루어질 경우 하구의 유수량이 줄어 그만큼 갈대나 생물의 생존이 위협받으며 특히 갈수기엔 바닥까지 말라 각종 동물군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새들이 살 공간도 없어져 철새도 날아들지 않게 되면 우리나라 제일의 하구생태계는 상실된다.
을숙도일대는 천연기념물 1백79호로 지정된 곳으로 해마다 1백37종10여만 마리의 새들이 찾아드는「철새의 낙원」이다.
뿐더러 이곳은 민물과 기수와 해수가 수시로 변하여 풍부한 영양염류를 가지고 있는 토양과 태양에너지를 충분히 받고있는 우리나라 제일의 동물생태계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이린 자연생태계의 보호는 어느면에서 국가적인 과업이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강의 인공호인 미드호에 터빈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제기되었던 환경보호논자들과 지방주민들의 반대주장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댐의 축조는 필연적으로 생태계변화를 동반하여 어족의 급감과 조류의 생활근거 파괴를 동반한다.
그때문에 그들은 공청회를 열고 여론을 경청하며 10년 후의 개발에 서서히 대비하고 있다.
낙동강하구의 개발문제에 관해서도 그간 그 타당성 여부가 검토·논의돼 온 것은 사실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겨울부터 공사가 착수될 예정이었다.
우리는 이 단계에서 환경보전의 중요성과 개발의 불가피성을 놓고 어느 한쪽의 정당성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환경보전과 개발은 모두 우리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며 국가민족의 미래와도 관련한 중대문제이기 때문에 이의 취사선택을 놓고는 신중한 검토와 연구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능한 대로라면 어느 한쪽의 부정과 무시가 없는 좋은 방안이 강구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다.
구태여 자연생태계를 변화·파괴하지 않고도 강물을 각종 용수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면 더욱 좋겠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의 결의에 당하여 정부와 당사자들의 연구와 협의를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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