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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황우석 그에 빠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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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삼성동 S참치집 입구에는 황우석 교수의 사진이 그의 친필 사인과 함께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지난해 11월 황 교수가 이곳에서 식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걸어놓은 것이다. 음식점 측은 "예전에 걸어 놓았던 연예인의 사인을 모두 치우고 황 교수의 사진과 사인만 걸어두었다"며 "손님들도 황 교수가 다녀간 집이라며 뿌듯해한다"고 말했다.

'황우석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정계.재계.학계의 유명인사들이 황 교수를 후원하는 데 앞다퉈 나서고, 황 교수의 연구성과 발표 때마다 증시까지 들썩인다. 생명공학 관련 주식들은 일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황 교수의 측근들에 따르면 황 교수의 서울대 연구실과 후원회에는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해 달라"는 격려 전화가 하루 수십 통씩 걸려오고 있다. e-메일도 하루에만 300여 통. '살려 달라'는 난치병 환자들의 편지부터 진로 상담을 해오는 중.고생들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황 교수는 이들에게 꼬박꼬박 답장을 한다고 한다.

충남 부여군 은산면 홍산2리에 있는 황 교수 생가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황 교수의 생가에는 황 교수의 먼 친척뻘 되는 노부부가 살고 있다. 옆집에 사는 이장 이광희씨는 "가끔씩 타지 사람들이 찾아와 황 교수의 어린 시절 등에 대해 묻고 간다"고 말했다. 한때 부여군청에서는 생가 부지를 매입해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지만 황 교수가 원치 않아 중단된 상태다.

황 교수 관련 단행본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황 교수가 공저한 과학 에세이 '나의 생명 이야기'를 펴낸 H출판사는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주문이 들어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네티즌들도 "이순신 장군 이후 한반도 최고의 영웅" 등 '황(黃)비어천가'를 쏟아내고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팬클럽이 잇따라 생기는 등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후원회 홈페이지(www.wshwang.com)의 방문자 수는 하루 평균 2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손해용.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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