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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 개발 사업 의혹] 민간사업에 문정인씨가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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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서해대교 중간에 위치한 행담도 개발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은 행담휴게소 항공 촬영 장면. [국민일보 제공]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의 문정인 위원장이 행담도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논란은 도로공사가 EKI측과 맺은 불공정 계약에서 시작됐다. 이에 도로공사 측은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이었고 결코 손해볼 계약이 아니다"라며 항변했다. 그러나 문 위원장이 개입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외압 의혹, S프로젝트(서남해안 개발사업)와의 연계 여부 등 풀어야 할 숙제는 더 복잡하고 커졌다.

◆ 문 위원장, 왜 개입했나=문 위원장은 지난해 9월 EKI가 미국에서 채권 발행을 시도할 당시 '정부지원의향서'를 써줬다. 문 위원장은 또 올해 초 도로공사와 행담도개발㈜ 간에 벌어진 분쟁에도 개입해 중재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공사가 지난해 1월 EKI 측과 맺은 불공정 계약이 원인이었다. 당시 동북아위는 양측 변호인단의 얘기까지 들었다. 상당히 깊숙이 개입한 셈이다.

이후에도 문 위원장은 도로공사가 행담도개발㈜과 함께 관리 중인 사업비 공동계좌에 대해 인출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하자 도공 측에 "행담도개발㈜의 사업에 잘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통령 자문기관의 위원장이 왜 민간기업 사업에 '정부지원의향서'를 써주고 분쟁 중재까지 나섰는지, 그 행위가 적절한지 여부가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문 위원장의 아들이 현재 행담도개발㈜에 근무 중인 것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문 위원장 측은 "내가 지원의향서를 써준 것은 (동북아위) 직원들이 우리나라 외자 유치와 투자개발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해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위원회가 맡고 있던 S프로젝트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행담도 개발사업이 싱가포르 자본이 들어와서 시행하는 첫 개발사업인 만큼 이 사업이 성공해야 추가로 싱가포르 자본 유입이 쉬워질 것이라는 얘기인 셈이다.

◆ 채권 매매 과정에 외압 없었나=문 위원장의 개입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EKI가 올 2월 미국에서 발행한 채권 8300만 달러어치를 정통부와 교원공제회가 모두 사들인 경위도 새삼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당시 채권은 2009년 1월 만기에 금리가 5.78%로 비교적 좋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도로공사가 보증을 서고 있어 투자가치는 높았다는 평이다.

그러나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민간기업도 많은데 왜 유독 공공기관인 정통부와 교원공제회가 그 채권을 모두 샀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건은 좋았으나 만일 채권 발행이 실패할 경우를 우려해 누군가 공공기관 쪽에 채권을 매입하도록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역시 외압설이 제기되는 이유다.

◆ 도공, 주식 선매수 계약 적절했나=도로공사는 지난해 1월 EKI사와 '2009년 1월 이후 EKI사가 요청할 경우 행담도개발㈜의 주식 1억500만 달러어치를 매입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감사원은 현재 행담도개발㈜에 대한 지분이 10%에 불과하고 주로 땅 매립만 담당한 도로공사가 자본유치에 뛰어들고 사업이 실패할 경우 돈을 물어줘야 하는 불리한 보증까지 서준 이유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감사원은 협약 체결 과정에 외압이나 뒷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오점록 사장 실적 부풀렸나=오점록 전 도공 사장은 도공과 EKI 간의 자본투자협약 체결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월 16일 행담도개발㈜ 자본투자협약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이사회에서 "행담도 휴게소 하나만 해도 연간 이익이 1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회의 참석자는 "행담도 휴게소 수입이 한 해에 1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오 사장은 "지금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매년 그정도의 이익이 나온다"고 답했다.

그는 또 "도공 입장으로서는 실무선에서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가면서 어떤 불이익도 없도록 장치를 충분히 했다"며 협약 체결안 통과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 행담도 개발 관계자는 "현재 휴게소는 임대를 준 상태로 매년 매출액의 23%인 50억~60억원 정도가 우리한테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 사장이 회의에서 얘기한 것은 액수가 좀 올라가 있기는 하지만 미래수익을 예상하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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