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폭탄 돌리기 끝내야" vs "번갯불에 콩 굽 듯해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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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진호 공노총 연금위원회 위원, 전은제 다양한문제연구소장. [최승식 기자]

‘뜨거운 감자’,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을 놓고 찬반 토론이 열렸다.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선 김용하 순천향대교수(전 한국연금학회 회장)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연금개혁분과 간사로 지난 5개월간 연금개혁안을 마련해온 김현숙(비례대표) 의원이 패널로 나섰다. 반대편엔 고진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연금위원회 위원, 전은제 다양한문제 연구소장이 앉았다. 토론회는 지난 1일 서울 서소문동 중앙일보 본사 7층 대회의실에서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사회로 2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조진호 공노총 위원장 등 공무원 노조원 10여 명이 지켜봤다.

 ▶사회=“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만의 이슈, 현재만의 이슈가 아니다. 연금학회에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같게 하는 안을 발표했는데 방향에 동의하나.”

 ▶고진호 공노총 연금위원회 위원=“공무원연금개혁안은 단기간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해 나올 수 있는 안이 아니다. 일본은 30년, 영국은 6년 걸려 만들었다. 기본단계에서부터 공무원들을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다. 연금학회의 자격에 대해 논란이 많다. 재벌금융사들이 후원하는 연금학회가 공적연금을 망가뜨려 사적연금을 활성화시키려 한다는 거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이제껏 3차례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에 다 참여한 사람은 문형표 보건복지장관과 저 뿐이다. 학회가 재벌 금융기관을 대변한다는건 비약이다.”

 ▶고진호=“5년에 한번씩 연금제도를 바꿔 국민 갈등을 유발하고, 소모적 논쟁을 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나. 세금 먹는 하마라는 등의 용어로 공무원들이 세금도둑인양, 부도덕한 집단인양 몰아붙였다.”

 ▶김용하=“충분히 이해된다. 그동안 정확하지 않은 근거에 기초해 공무원들이 과다한 임금을 받는다는 식으로 자존심을 건드렸다. 우리도 공무원이 나라의 중요한 근간인데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 많이 했다.”

 ▶사회=“국민연금에 공무원연금과 연계하는 문제에 대해 토의해보자.”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국민연금은 적립금을 쌓아가는 상황인데,공무원연금은 수혜자의 기여도에 비해 수급액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정부가 원래 매칭해주는 기여분 말고도 보존액이 많이 들어간다. 내년엔 적자가 3조를 넘는다. 시뮬레이션을 해봤을 때 국민연금으로 해도 큰 문제없다.”

 ▶전은제 다양한문제 연구소장=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하는 게 형평성이다.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공무원연금이 높다낮다 따진다든지, 국민연금에 맞춰 공무원연금을 하향평준화시킨다든지 하는 건 안된다. 공무원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부터 개혁해야된다. 그 다음에 통합을 얘기해야 한다.”

 ▶김현숙=“고령화 문제가 덜하고 출산율도 좋고 경제환경이 좋다면 국민연금도 개혁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국민연금을 벤치마킹 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과 통합한 다음 재정형편이 좋아지면 그 다음에 또 어떻게할지 고민해야 된다.”

 ▶고진호=“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같이하는데 동의한다. 끌어올려서 같게 해야한다. 일반직 공무원은 6급 이하가 90%다. 공무원 50만명의 평균 월급이 447만원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나온 금액인지 궁금하다. 제가 20년 정도 근무했는데 이것저것 떼고나면 월 250만원정도 받는다. 애들 둘 키우면서 부모님 모시고 딱 밥만 먹고산다. 그 것을 끌어내려 하향평준화하자면 더 이상 드릴 말씀 없다.”

 ▶김용하=“꼭 국민연금에 맞춰야 한다기보다 공무원연금이 왜 달라야하는지 투명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는 거다. 퇴직연금제를 정상화하는 문제는 공무원들이 계속 요구한 부분이다. 민간근로자들은 정상적으로 퇴직금 주면서 왜 우린 39%밖에 안주느냐는 걸 정상화하는 차원이다. 연금을 민영화한다는 건 이상한 논리다.”

 ▶고진호=“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비교 자체가 안되는 거다. 공무원연금법을 폐지시키고 국민연금과 통합하되 공무원들한테도 공무원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적용한다면 반대할 사람 없다.”

 ▶사회자=“정부의 공무원연금 적자보전액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지난해 1조 9000억원, 2023년까지 8조원 이상이란 얘기가 나온다.”

 ▶김용하=“공무원연금 국고보조액은 2014년 2조5000억원, 2015년에 3조가 넘는다. 2080년엔 34조로 늘어난다고 한다. 공무원연금 적자만 국가가 보전하는 거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초연금, 노인 의료비 등 다른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것까지 감안하면 우선순위를 생각할 때가 됐다.”

 ▶전은제=“적자 보전을 이유로 정부의 분담금을 줄이는 건 최후의 방법이다. 물이 새는 원천을 따져야지 바가지 크기만 줄여봤자 또 얘기가 나온다. 모든 연금은 중간에 기금이 있다. 원기금=연금은 세상에 없다(낸만큼 받는 건 없다는 뜻). 그건 유치금이고 공탁금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의 기금운용이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김현숙=“연기금을 정부가 잘못 쓴 것도 있다. 그 책임을 아무리 많이 잡아도 노조가 주장하는 게 20조다. 20조를 투입해서 공무원연금 문제가 영원히 해결된다면 넣으면 된다. 그런데 20조 넣어봤자 내년 적자가 3.2조고 그 다음해 5조인데 10년도 못 버틴다. 10년 동안 53조가 필요하다. 당장 20조 넣으면 개혁을 5년 뒤로 미룰 순 있다. 그동안 왜 연금개혁을 여러번 하면서도 제대로 못했느냐고 했는데 근본적인 개혁을 하려면 고통 분담이 크니 자꾸 미룬거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렇게 가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고진호=“적자라는 표현을 쓰는데, 투자다. 공적연금을 운용해서 흑자 보는 나라가 지구상에 존재하나. 공적연금에 투입되는 수십조는 내수시장 살리고, 골목시장 살리고, 중소기업 살리고, 일자리를 만든다. 또 현재 공무원 연금은 공무원이 7%, 정부가 7%를 부담해서 14%를 적립한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3배, 미국이 4배, 프랑스가 8배, 독일은 전액 정부가 부담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OECD 평균 정도로 부담한다면 기금이 이렇지 않을 거다.”

 ▶김용하=“국가가 사용자로서 부담하는게 7%다. 하지만 퇴직수당 등을 다 합하면 18.5%를 부담하고 있다. 앞으로 연금을 개혁했다 하더라도 최대가 되는 시점에는 보험료 기준으로 39%까지 부담한다.”

 ▶사회자=“공무원이기 때문에 고통분담하는 부분이 있고, 공무원이기 때문에 얻는 어드밴티지(이익)도 존재한다. 어떻게 해 나가야하나.”

 ▶고진호=“우린 그동안 계속 고통을 분담해왔고 앞으로도 나눠질 짐이 있다면 지겠다. 다만 사회적협의체 안에서 함께 논의해야한다.”

 ▶김용하=“기본적으로 공무원노조 주장에 찬성한다. 바꾸려면 미리 바꿨어야 하고 처음부터 이렇게 안 만들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강도높게 개혁해도 세금으로 계속 갚아야 된다. 발전적 합의를 위해 서로 터놓고 이야기해야한다.”

 ▶전은제=“이 자리에서 오해가 풀린 것도 있고 새삼스럽게 확인된 부분도 있다. 공무원연금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회적협의체에서 시간을 두고 논의 했으면 한다.”

 ▶김현숙=“미시적인 조정으론 공무원연금을 끌고가기엔 한계가 온 것 같다. 지난 정부가 미뤄온 것에 대해 심지어 폭탄 돌리기라고 표현하지 않나. 이번 정부에서 한번 고쳐보려고 한다. 안전행정부가 연금개혁안과 함께 공무원 사기진작 방안도 같이 내놓지 않을까 기대한다.”

정리=김경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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