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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5시 외국의 경우<8>|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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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형사반장 「콜롬보」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범인으로부터 곧잘 조롱을 받는다. 형사의 육감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가려내지만 그러나 「콜롬보」는 서두르지 않는다.
하찮은 증거물까지도 놓치지 않고 챙겨 마치 양파 벗기듯 한가지씩 죄어나가 마침내는 완전범죄를 꾀했던 지능적인 살인범을 물증앞에 무릎꿇게 한다. 총 한번 휘두르지도, 언성한번 높이지도 않는다. 형사 「콜롬보」는 미국 수사경찰의 한전형이다.
뉴욕경찰국의 「코작」반장은 미국 경찰의 또 다른 모습이다. 난폭하기 짝이 없는 도시범죄꾼들을 적당히 윽박지르기도 하고 맞총질도 한다. 범인의 총에 맞아 죽은 부하의 시체 앞에서 분노도 한다.
군림 않는 다정한 이웃
일반적으로 미국의 경찰상은 한국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미국 경찰의 줄기는 이민초기 유럽 경찰전통과 개척기 서부의 보안관에서 찾을 수 있다. 보안관은 명예와 긍지를 가지고 주민의 목숨과 재산을 악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자다.
군림하는 몽둥이가 아니라 옆집 「존」이나 「수」의 아버지이고 교회의 교우인 다정한 이웃이란 인식이다.
미국의 경찰관은 시나 군에 소속된 지방공무원이다. 다만 주간 수사를 벌이는 연방수사국(FBI)요원이나 식품 및 마약단속요원들은 연방정부소속이다.
현재 미국의 경찰관은 44만여명으로 인구 5백명에 1명꼴이다. 미국경찰은 원칙적으로 1주일에 5일간, 하루 8시간 근무를 보장받고 있다. 경찰서별로 1조(상오7시∼하오3시) 2조(하오3시∼하오11시) 3조(하오11시∼다음날 상오7시)로 나뉘어 근무한다.
경찰관에 대한대우는 일반공무원과 비슷하다. 81년 현재 워싱턴경찰국의 월급을 보면 순경이 1천4백∼2천2백인달러이며 경감에서 경사까지가 2천9백∼2천3백여달러다. 총경은 2천9백41∼3천3백80달러.
화폐의 매력으로 따진다면 이 액수로는 바로 공정환률로 환산한 우리돈 액수만큼의 급료로 볼 수 없지만 평균 수준의 대우는 받는 셈이다.
경찰관들은 월급이외에 의료보험이나 상해보험 등의 혜택도 받고있다.
남편 술주정 심해도 신고
미국경찰관도 많은 업무와 부족한 인력 때문에 고충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과다한 업무에 대한 불평이 나오는 것은 미국의 강력범죄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다 미국시민들이 사소한 일로 경찰을 부르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작년 한햇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각종 범죄는 살인2만3천건에 강간8만2천건, 폭행 65만건, 절도8백만건이었다.
미국인들의 사회적관습과 생활태도는 경찰의 임무를 더욱 바쁘게 한다.
가정불화로 부부싸움을 하다말고 경찰을 부르는가 하면, 술주정을 하는 남편이나 회초리를 휘두른 부모를 고발하는 청소년들의 고발전화가 모두 경찰의 출동을 요구한다.
더구나 각 지방정부는 예산절감을 내세워 경찰들의 수를 상당히 감축시켜왔다.
보스턴경찰의 경우 10년전엔 2천5백명이었으나 지금은 1천6백명으로 줄었고, 로스앤젤레스경찰도 같은 기간에 7천6백멍에서 6천9백명으로 감축했다.
볼티모 군경찰의 한 간부는 지난여름 강력사건을 해결 못한다는 비판이 일자 『1백명의 형사가 1년에 5만5천건의 각종 범죄와 싸우고있다』고 응수한 적이 있다.
강력범 검거율 19%
실제로 미국전체의 강력범 검거율은 19%에 불과하며 그나마 기소율은 30%를 넘지 못한다.
미국경찰은 가끔 용의자를 너무 잔혹하게 다루고, 또 수사과정에서 속임수를 쓴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시카고에선 경찰관이 지하철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청년에게 『담배를 끄라』고 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총으로 쏘아 절명시켰다.
필라델피아에선 얼마 전 94세 된 흑인노인이 아파트문을 안 열어 준다고 경찰관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노인을 쏘아 죽였다.
볼티모에선 한 흑인청년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전신불수가 됐다. 현재 1년에 경찰관의 총에 맞아 숨지는 용의자는 약 7백명이 넘는다(총으로 대항하는 범인포함).
경찰이 너무 잔혹하다는 비관에 대해 미국경찰은 워낙 흉악범들이 많아서 경찰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정당방위라고 항변한다. 지난 10년간 범인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경찰관은 1천5백명이나 된다.
사창가 단속을 위해 여자경찰관이 윤락여성으로 위장하여 수작을 거는 손님을 체포하는 것은 미국경찰이 흔히 쓰는 속임수다.
수사방법론 놓고 논쟁
FBI요원들이 아랍상인으로 위장해 호텔방에서 미국 상·하의원들에게 돈봉투를 건네주고 이 장면을 미리 교묘히 숨겨놓은 비밀카메라로 촬영했던 「앱스컴」사건은 아직도 수사방법론에 관한 논쟁을 계속시키고있다.
경찰의 잔혹성이나 함정수사에 대한 일부의 비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미국경찰을 신뢰하고 있다.
낯선 지방을 여행하다가 길을 잃었거나 무슨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민들은 누구보다도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며 대민봉사의 정신이 몸에 밴 미국경찰은 성심 성의껏 시민들을 안내하고 보호해주고 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제럴드·캐플런」박사의 말대로 『미국식 민주제도는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다루는데 중점을 둔 제도』이기 때문에 민주경찰의 임무도 여전히 힘든 과제임이 분명하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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