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대책 마련에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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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출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경기는 풀리지 않는다. 기업의 재무구조는 우량업체마저 한계에 다다랐을 만큼 매우 심각한 지경이 됐다. 은행에는 부도로부터 구해달라는 SOS가 폭주하고있다. 뭔가 대책을 서둘러야 되겠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 진퇴양난이다. 금리인하·환율인상·주택경기자극으로 요약되는 종합대책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는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 부처간에, 또 같은 부내에서도 견해와 주장이 엇갈린다.
정책선택의 폭이 너무 제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기자극정책을 취하자니 인플레와 국제수지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수도 없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리를 과감히 인하하고 돈을 많이 풀라고 조르고 있다.
주택경기가 살아나도록 양도소득세를 없애든지 대폭 완화할 것마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유발과 국제수지의 악화 때문에 정부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자극을 위해 물가안정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는 대원칙은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금리인하에 대해선 한국은행과 재무부에서 찬성하는 의견도 있으나 기획원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재무부 안에서도 아직 단행할 시기가 아니라고 신중론을 펴는 사람이 있다.
금리를 내리면 저축을 저해하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촉진한다. 또 국제금리와의 차이 때문에 외자도입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 금리인하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찬성하는 쪽은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한가한 소리라고 반박한다.
기업들이 모두 허덕허덕하고 있는데 빨리 도와주어야지 도산하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얘기다.
특히 부진한 투자활동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리인하 찬성론자들은 올해 물가가 17%선에서 안정될 전망이므로 금리인하의 때가 성숙됐다고 말했다.
환율인상에 대해서도 찬반론이 팽팽하다.
수출업계는 환율을 실세화하지 않으면 수출전망은 암담하다고 주장하고있다.
이미 9, 10월 두달 연속해서 수출신용장래도는 작년수준에도 미달하는 급격한 둔화를 보이고있는 만큼 환율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환율을 올리면 즉각 물가가 오를 것이고 기업의 외상상환부담이 늘어나 결국 구조만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한다.
환율인상은 그 절반만큼 그대로 물가인상으로 파급된다.
주택경기의 자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국제수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경기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지만 자칫 투기 붐을 재발시키고 집값 인상을 몰고 올 우려 때문에 역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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