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행복한 코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여자 배구 김연경(왼쪽 사진 가운데)이 2일 아시안게임 우승 순간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여자 농구도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자 전주원 코치(오른쪽 사진 가운데)가 변연하(왼쪽)와 이미선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뉴시스·뉴스1]

인천 아시안게임 구기에서 ‘대한민국 여성의 힘’이 터져나왔다.

 1일 핸드볼과 하키가 나란히 금메달을 딴 데 이어 2일에는 배구와 농구가 시상대 가장 윗자리를 차지했다. 여자 배구와 농구 모두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만의 값진 우승이다. 결승전 상대는 모두 아시아 스포츠의 절대 강호 중국이었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김연경(26·페네르바체)을 비롯한 선수 전원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중국을 3-0(25-20 25-13 25-21)으로 완파했다.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느라 정예 멤버를 내지 못한 중국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4년 전 광저우 대회 결승전에서 2-3으로 졌던 패배도 설욕했다. 승리를 확정지은 선수들은 태극기를 들고 체육관을 돌았고, 코트에 몸을 날리는 세리머니도 펼쳤다.

 1세트 초반 주포 김연경이 선봉장으로 나섰다. 김연경은 불안하게 올라온 토스 2개를 깔끔하게 득점으로 연결시켜 기선을 제압했다. 24-20에서 1세트를 마무리한 것도 김연경이었다. 2세트에서는 김희진(23·IBK)이 돋보였다. 이동공격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14-9에서는 기합을 넣으며 서브 에이스를 뽑아내기도 했다. 기세가 꺾인 중국은 힘없이 2세트를 내줬다.

 3세트는 1-7까지 끌려갔지만 잇달아 가로막기를 성공시켜 분위기를 바꿨다. 김연경이 양팀 통틀어 최다인 26점, 김희진이 16점을 올렸다. 지난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김연경은 “그랑프리와 AVC컵에서 중국에 졌지만 이번 대회에 집중했다.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우승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 모두 2년 뒤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따내자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한편 남자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일본에 1-3으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 농구는 중국의 ‘높이’를 30대 베테랑들의 ‘노련미’로 깼다.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한국은 중국을 70-6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양팀을 합쳐 최장신은 2m2㎝인 한국의 하은주(31·신한은행)였지만 높이에서 앞선 팀은 중국이었다. 한국은 하은주를 제외하면 1m90㎝를 넘는 선수가 없지만 중국엔 5명이나 있었다. 키는 작지만 한국은 경험이 더 풍부했다. 한국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30세를 훌쩍 넘는다. 26세인 중국보다 평균 네 살이 많다. 12명 엔트리 중에서 30대는 이미선(35·삼성생명) 변연하(34·KB국민은행) 임영희(34·우리은행) 신정자(34·KDB생명) 등 무려 8명. 이들은 이날 한국이 올린 70점 가운데 48점을 합작했다. 여기에 김단비(24·신한은행) 김정은(27·하나외환) 이경은(27·KDB생명) 등이 활력을 더하며 값진 승리를 만들어냈다.

 3쿼터까지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54-52로 두 점 앞선 채 시작한 4쿼터에서 한국의 베테랑은 폭풍같은 몰아치기로 균형을 깼다. 벌떼같은 수비를 앞세워 4쿼터 초반 6분 동안 중국을 무득점으로 틀어막았다. 이 틈에 김단비·양지희·신정자·이미선이 번갈아가며 골을 터트려 순식간에 64-52, 12점 차로 달아났다.

 네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건 변연하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는 4위, 2010년 광저우에서는 다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변연하는 전반 시작하자마자 3점포를 꽂아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64-53으로 앞서던 4쿼터 종반에는 3점포를 터트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양 팀 선수 중 가장 긴 시간인 34분38초 동안 코트를 누비는 강철 체력을 과시한 변연하는 이날 3점슛 3개를 포함해 16점을 기록했다. 양 팀을 합쳐 최다 득점이다. 3~4위전에서는 일본이 대만을 61-59로 누르고 동메달을 땄다. 한국 남자 농구는 3일 이란과 금메달을 다툰다.

인천=이해준·김효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