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 강국 대만 … 거래 종목 672개, 시가총액 90조원 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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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시장 종목을 운동선수에 비유하면 프로리그에 진입하기 전 아마추어리그에서 뛰는 선수다.

 중견·대기업이 포함돼야 거래가 살아나는 국내 장외시장과 달리 미국·대만 등의 장외 시장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장외시장인 OTC시장이다. 이 시장은 QX, QB, Pink 세 개의 시장으로 나뉜다. QX는 가장 높은 기준을 통과한 기업이, QB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이, Pink은 사업상 아직은 불안정한 중소기업의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전체 시장의 시가총액 규모는 14조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87%가 Pink에서 거래되는 기업이다. 그만큼 미국에선 장외시장이 중소기업 위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만은 아시아권에서 장외시장 강국으로 꼽힌다. GTSM이라 불리는 장외시장은 한국의 K-OTC와 비슷한 점이 많다. 사업 영역은 주식만 운영되는 한국과 달리 주식, 채권,파생상품 등 5개 분야나 된다. 한국처럼 중앙전자거래시스템을 활용해 거래할 수 있다. 국내는 투자자가 증권사 단말 등을 통해 장외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대만 장외시장에는 8월 말 기준 672개 종목이 상장돼 있고, 시가총액 규모도 원화로 환산하면 90조원에 달한다. 이는 K-OTC의 3배에 육박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 장외시장의 경우 활동투자자 수가 150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투자자가 장외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며“한국 장외시장도 이렇게 다양한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K-OTC는 아직 활동투자자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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