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儒[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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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9월 28일은 공자(孔子)탄신 2565주년 되는 날이다. 공자는 ‘유가(儒家)’를 일으킨 창시자이자, 동아시아 정신문명을 열어간 대스승이다. 그의 학파를 두고 왜 ‘儒(유)’라고 표현했을까.

‘儒’는 선비를 뜻한다. 굳이 오늘 말로 표현하자면 ‘학자’다. 그러나 글자가 등장한 고대 중국에서 ‘儒’는 장례사를 일컫는 말이었다. 자전 『설문해자(說文解字)』는 ‘儒, 柔也, 術士之稱’이라고 했다. “글자 ‘儒’는 부드러움을 뜻하며, 술사(術士)를 지칭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술사가 바로 장례를 주관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술사의 지위는 높지 않았다. 언제나 남에게 순종해야 했고, 낮은 자세로 일했다. 그러니 ‘부드럽다’는 뜻이 나온 것으로 중국의 언어 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장례사는 인간과 하늘을 이어주는 도사(道士)다. 이들은 ‘무엇인가 아는 게 많은 신통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춘추시대(BC770~BC403)에 들면서 ‘儒’는 ‘학식이 높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발전하게 된다. 한(漢)나라 시기 학자였던 양웅(揚雄·BC53~AD18)이 편찬한 『양자법언(揚子法言)』은 “하늘·땅·사람의 도에 통한 사람을 가르켜 유라한다(通天地人曰儒)”고 했다. 단순한 장례사 직업을 뜻하던 단어가 지식이 있는 사람, 즉 학자라는 뜻으로 진화된 것이다.

공자는 제자 자하(子夏)에게 “너는 군자 학자가 되어야지, 절대로 소인 학자가 되어서는 안된다(汝爲君子儒, 無爲小人儒)”고 말했다<『논어(論語)』 옹야(雍也)편>. 공자와 그의 제자들은 처음 등장한 ‘학자들의 무리(群)’였고, 후대 이들을 일컬어 ‘儒家(유가)’라고 표현한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우리가 흔히 읽는 『삼국지(三國志)』의 영웅 제갈공명은 공자가 말한 ‘君子儒, 小人儒’를 이렇게 설명한다.

“군자 학자는 임금에 충성하고 나라를 사랑하며 정의를 지키고 사악을 멀리한다(君子之儒, 忠君愛國, 守正惡邪). 반면에 소인 학자는 글을 쓸 때는 온갖 화려한 단어를 구사하지만 정작 가슴 속에는 아무런 실질적 대책이 없다(小人之儒, ?下雖有千言, 胸中實無一策).”

실천하는 지식인이 되라는 얘기다. 공자가 2565년이 지난 오늘, 이 땅의 학자들에게 던지는 충고이기도 하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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