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폰' 쓰는 60~70대 상인들 모아 스마트폰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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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영도구 봉래시장은 최근 부산지역의 한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업체로부터 공문을 받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실시하는 무료 스마트폰·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교육을 받으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스마트폰 기초 사용법에서부터 SNS 애플리케이션 사용법, SNS 마케팅 활용법을 맨투맨으로 알려주겠다고 했다. 봉래시장 손수웅(69)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은 상인들이 거의 모두 60~70대”라며 “스마트폰이 아니라 구형 휴대전화를 쓰는데 무슨 교육을 받으러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전통시장 지원 사업의 한 갈래로 실시하는 각종 교육 역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봉래시장처럼 나이 든 상인들 대부분인 곳에도 천편일률적으로 “SNS 교육 받으러 오라”는 식이다. 상인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고객맞이 친절 교육, 상품 진열 같은 교육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10년째 같은 내용”이라는 소리가 상인들로부터 나온다.

 창원대 박영근(경영학) 교수는 “시장마다 상인과 고객들 연령이 다르고 주로 팔리는 상품도 다른데 정부의 점포 운영 기법(소프트웨어) 교육은 천편일률적”이라며 “정말 시장을 살리려면 시장마다 다른 여건을 고려해 맞춤형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 유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영남에서 2012년까지 시장활성화를 담당한 한 공무원은 “스마트폰 교육은 통신업체에서 공짜로 해준다”며 “그런데도 장부에는 꼬박꼬박 강사료가 지출된 것으로 적히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김윤호(팀장)·최경호·위성욱·윤호진·최종권 기자, 김호정(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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