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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0만원 14촉 난 '남산관'… 15년을 애지중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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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7400만원….’ 지난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열린 한국춘란 2차 경매 현장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14촉(잎)이 담긴 난(蘭) 화분 하나가 최고급 자동차 한 대 값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촉당 가격이 500만원을 약간 넘은 셈이다. 잎 가운데 노란 무늬가 들어간 중투(춘란의 일종)의 촉당 가격이 2억원 넘게 거래됐다는 난가(蘭家)의 전설도 있지만 이는 음성적인 거래여서 확인하기 어렵다.

 공식 거래에서 국내 최고가를 기록한 ‘남산관’의 개발(등록)자인 김송재(68·사진) 한국난문화협회 명예총회장는 “7000만원 정도를 기대했는데 경매가격이 예상보다 약간 높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가 ‘남산관’을 처음 만난 것은 15년 전이다. 김 회장은 “전남 화순의 산에서 캐온 난 4촉을 처음 본 뒤 기개가 비상하다고 느껴 600만원을 주고 샀다”며 “15년간 매일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리는 것은 물론 활력제·영양제를 주고 탄저병 등 병에 걸릴까봐 농약도 뿌려주는 등 정성을 기울인 결과 4촉이 150촉으로 불어났다”고 전했다.

 그가 자식처럼 키운 ‘남산관’은 잎 가장자리에 흰 테를 두른 복륜의 일종이다. 그는 “잎이 옆으로 처지는 보통 난들과는 달리 잎이 똑바로 서 있는 등 기상이 느껴지는 것이 경매에서 높은 가격을 받게 된 이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0여 분(盆)의 난을 소장하고 있는 난 애호가다. 현대적 난실을 가진 그이지만 난을 키우기에 아파트 베란다만한 곳은 없단다. 공간을 잘 활용하면 베란다에서 600∼1000분까지 재배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난을 키우다 보면 인내심을 배우게 된다”며 “십수 년을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난이 잘못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진정한 애란인(愛蘭人)”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임원과 조선 관련 제조업을 하던 그가 은퇴 후에 수석·분재 대신 난을 선택한 것은 생명체인 난이 해마다 1∼2촉씩 ‘새끼’를 치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이다. 그는 “난이 은퇴 생활자의 취미생활은 물론 소득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난이 ‘효자’가 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난을 키우는 인구가 해마다 늘어 지금은 100만 명쯤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난을 키우는 취미 생활의 역사는 중국→한국→일본 순서다. 하지만 산업화는 일본→중국→한국 순이었다. 이에 따라 대만까지 포함하는 엄청난 난 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고 김 회장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정부가 난을 중요 산업 작물로 지정해 도시와 농촌 거주자의 소득원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난을 키우고 거래하는 일을 시간·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사치스런 취미 활동으로만 보는 곱지 않은 눈길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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