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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에 ICT 접목, 산업혁명 진행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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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가운데)은 26일 열린 한전경제경영연구소·중앙일보 경제연구소 공동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에너지와 ICT의 결합은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한전경제경영연구소]

“에너지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이 미래를 이끌 신성장동력입니다.”

 ICT를 통해 전기를 절약하고 저장하는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전력난 해소는 물론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창조경제 토대를 닦을 수 있다는 얘기다. 120여명의 에너지 전문가가 ‘전력산업 지속발전을 위한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여 내놓은 결론이다.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열린 한전경제경영연구원·중앙일보 경제연구소의 공동 심포지엄에서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환영사에서 “ICT를 이용한 에너지 기술 개발에서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술개발과 실증, 보급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공기업과 민간이 호흡을 잘 맞추자”고 제안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은 주제는 빅데이터(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절약 사업이었다. 각 소비자의 전력 사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맞춤형 절약 방법을 알려주자는 취지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성훈 KT 스마트에너지사업단장은 “에너지 빅데이터 산업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이 민·관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에너지 절약 벤처기업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오파워는 회원들에게 친구·동료·이웃의 한 달 평균 전력사용량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회원들에게 분석 보고서를 보내준다. 예를 들어 이웃 평균과 회원의 전력 사용량을 자세히 분석해 ‘이번 달 전력사용량이 이웃보다 20% 많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이 보고서를 받은 회원은 이웃과의 경쟁심 때문에 에너지 절약에 더 신경쓰게 돼 결국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올해 초 구글이 32억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인수한 네스트도 주목받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가정용 스마트 온도조절장치를 생산한다. 온도조절장치는 날씨 전망 데이터와 각 고객의 냉·난방 습관을 종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고객이 집을 비울 때는 밖에서 무선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KT가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건물간 전력사용량을 비교한 분석 자료를 입주 기업에 제공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하고 있다. 김성훈 단장은 “사업이 본격화되면 지금보다 10~30%의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풍력·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ICT 기술을 접목하면 활용도가 훨씬 넓어진다. 박민혁 한전경제경영연구원 에너지환경연구팀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이 확산되면 해외 수출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대표적이다. 이는 전력소비자가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에 전력을 모아두는 장치다. 이렇게 모은 전기는 비싼 시간대에 소비자가 쓰거나 시장에 팔 수 있다. 이런 판단 아래 시행하고 있는 것이 태양광 발전장치 임대(렌털) 사업이다. 태양광 발전장치와 ESS를 패키지로 빌려주면 소비자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ESS에 저장해놨다가 한전에 되팔 수 있다. 규모를 좀 더 키워보면 대규모 해상풍력단지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ESS에 모아놓았다가 해외로 수출할 수도 있다.

 전력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윤용태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도 나왔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캘리포니아의 블랙아웃(대정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용태 교수는 “한국의 전력 규모가 1억㎾ 규모로 커지면서 시스템이 복잡해졌다”며 “블랙아웃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운영자가 복잡해진 시스템을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배출권 가격이 상한선(1만원)을 넘었을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시장 안정조치를 명확하게 정해야 시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발전회사의 배출권 구입비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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