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제대로 재판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2000년 4.13 총선 때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약식기소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서울지법 형사19단독 홍동기(洪東基)판사는 16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정치 후원금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약식기소된 민주당 장재식(張在植)의원을 지난 10일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넘겼다고 24일 밝혔다.

張의원은 2000년 4월 9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길가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길승흠(吉昇欽) 민주당 전 의원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張의원은 이에 대해 "吉전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고병우(高炳佑.69) 전 동아건설산업 회장으로부터 영수증 처리 없이 정치자금 1천만원씩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약식기소된 민주당 이종찬(李鍾贊) 전 의원과 자민련 김선길(金善吉) 전 의원 등도 이날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은 李전의원 등을 벌금 3백만원과 추징금 1천만원에 약식 기소했었다. 재판부는 "정치인들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건이므로 사안이 중요해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정식재판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피의자들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공적자금비리 수사와 관련, 高전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 60명 중 李전의원 등 3명만을 약식기소한 것이다. 나머지 57명은 ▶수백만원대로 비교적 소액을 받았거나 ▶정치자금법이 규정한 대로 영수증을 발급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불기소 처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해당 의원들을 약식기소한 것은 통상적인 사건 처리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약식기소란 벌금.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이 법원에 서면으로 청구하는 것으로 정식 재판절차 없이 명령이 내려지게 된다.

김현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