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지는 아이폰6…애플은 곤혹, 패러디꾼들 신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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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초박형 스마트폰 ‘아이폰6플러스’가 쉽게 휘어진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른바 ‘벤드 게이트(bend gate)’다. 출시 사흘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인 아이폰6에 악재가 닥친 것.

출발은 캐나다의 한 IT 전문 매체였다. 전작보다 얇아지고 화면은 커진 아이폰6가 내구성이 약하다는 불만이 조금씩 나오던 때였다. 이 매체는 아이폰6플러스를 손에 쥐고 직접 실험했다.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니 본체가 휘어지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 웹사이트에 올린 것이다.

경쟁사들은 재빨리 움직였다. 노키아·HTC·삼성·LG 같은 경쟁사는 공식 트위터 등을 통해 휘어지는 아이폰6를 조롱하는 사진을 올렸다.

LG전자 미국법인은 24일(현지시간) 자사의 곡선형 스마트폰 사진을 올리며 “우리 제품은 구부러지는 게 아니라 휜 겁니다. 일부러요.”라는 트윗을 전송했다. 레노버는 뒤로 접히는 자사의 노트북 사진을 올리며 “접히도록 설계됐음””이라고 트윗했다.

삼성은 자사 스마트폰 옆에 또다른 스마트폰이 접힌 채 놓인 사진을 실으며 “그럴 만한 이 앞에서는 접어라.”라고 적었다. 마치 삼성폰 앞에 다른 스마트폰이 무릎을 꿇은 듯한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애플은 공식 성명을 냈다. “출시 후 아이폰6플러스의 휘어지는 문제를 애플에 알려온 고객은 9명뿐”이라며 “일반적 사용환경에서 아이폰이 굽혀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압력이 많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 부분에는 강철과 티타늄을 사용해 보강하는 작업을 이미 거쳐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은 아름답고 견고하게 설계되고 만들어졌다”며 ““3점 굽히기, 압력 지점 순환, 비틀기, 사용자 테스트 등 엄격한 시험을 거쳤고 일상 생활을 견딜 수 있도록 높은 기준들을 모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벤드게이트 패러디는 이미 인터넷과 SNS에서 놀이와 같이 유행하고 있다. 초코바·감자칩·데이트앱 등 IT와는 무관한 회사와 개인들까지 패러디에 열을 올린다.

데이트 앱 ‘로부(Lovoo)’는 휘어진 아이폰6와 바나나 사진을 나란해 놓고 “찰떡궁합(Perfect Match)!”이라고 놀렸다. 코카콜라는 곡선이 없다가 지금과 같이 곡선형이 된 콜라병의 변천사를 차례로 늘어놓고는 “우리는 항상 정확한 곳에 곡선을 넣어 왔지.”라고 적었다.

압권은 하이네켄 맥주. 공식 트위터에 ‘친애하는 애플에게’라며 맥주병 뚜껑이 살짝 휘어진 사진을 올렸다. “걱정 마. 우리한테는 항상 일어나는 일이야..” 라는 말과 함께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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