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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 300만 시대] (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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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는 신용불량자가 3백만명에 육박해 국내에서 셋째로 큰 도시인 대구(2백50만명)의 전체 인구수보다 많아졌다.

특히 신용불량자의 절반 정도인 1백43만명이 20~30대여서 이들을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사회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신용불량자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안은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차근차근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신용불량자 계속 늘어날 듯=올 들어 신용불량자가 크게 증가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심각한 것은 신용불량자가 앞으로 줄기는커녕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신용불량자 대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위원회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은 "신용불량자 급증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회사들이 가계.카드 대출을 억제하고 심사를 강화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여러 군데서 돈을 빌려 '돌려막기'로 버티던 사람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 윤한근 금융시장국장은 "신용카드사와 은행의 연체율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까지는 신용불량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갚을 의지.능력 살펴야=전문가들은 돈을 갚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 이들에 대해선 만기를 연장해 돈을 갚을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김석동 국장은 "빌린 돈이 많지 않은 사회 초년병이나 젊은 학생들에 대해선 연체를 대출로 바꿔주는 방식(대환대출)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법원에서 개인파산 판결을 받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 윤용기 상무는 "대환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개인 워크아웃(신용회복)제도의 대상 확대 등 다양한 신용불량자 갱생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며 "은행 등에 신용불량자 전용 창구 설치, 전문 상담요원 양성 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빌린 돈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원칙을 허물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민은행 연구소 김정인 박사는 "일부 신용불량자는 돈이 있어도 안갚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며 "2001년 신용사면 조치와 같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줄 것이란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면 안된다"고 말했다.

◆신용교육 강화해야=청소년들이나 젊은 세대들이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어린 시절부터 신용관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용기 상무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저축하라'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신용교육을 해줘야 한다"며 "금융회사가 학교와 자매 결연을 하고 교육을 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를 남발하지 말고 선진국처럼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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