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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우두·베컴 '황금발 대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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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우두는 67분간 뛰면서 세 개의 슈팅을 날렸다. 모두 골이 됐다. 데이비드 베컴은 후반 18분 교체 투입돼 세 개의 슈팅을 날렸다. 그 중 두 개가 네트를 갈랐다.

2주 만에 다시 만난 세계 양대 축구클럽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은 두 수퍼스타의 골잔치 무대였다.

24일(한국시간) 맨체스터의 홈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3-4로 졌지만 골 득실차(1차전 3-1승)로 4강에 진출했다.

전반 12분 레알 마드리드 지네딘 지단의 패스를 받은 구티가 수비수 사이로 지체없이 스루패스를 찔러넣었다. 오른쪽 공간을 파고든 호나우두가 페널티 라인을 넘어서자마자 오른발 슛, 볼은 골키퍼 바르테즈와 오른쪽 골포스트 사이를 파고들었다.

1차전 승리에다 원정경기에서 선취골까지 얻은 레알 마드리드는 갑자기 느슨해졌고 맨체스터의 반격이 시작됐다. 전반 43분 숄샤에르가 골키퍼를 제치고 문전으로 패스, 니스텔루이가 텅빈 골문에 볼을 밀어넣었다.

니스텔루이의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12번째이자 마지막 골이었다. 후반 5분 '황제'가 또 나타났다. 페널티 지역을 가위로 자르는 듯한 지단의 스루패스를 받은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가운데로 크로스, 호나우두가 가볍게 툭 차넣었다.

불과 2분 뒤 맨체스터는 행운의 동점골을 얻었다. 베컴을 대신해 6주 만에 선발 출장한 후안 베론이 왼쪽을 돌파해 날린 패스가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이반 엘게라의 뒷발에 맞고 골인됐다.

실낱같은 희망의 분위기가 감돌던 올드 트래포드에 사정없이 찬물을 끼얹은 선수는 역시 호나우두. 후반 14분 춤추는 듯한 드리블로 수비 세 명을 농락하더니 아크 정면에서 벼락같은 중거리포를 날렸다. 해트트릭 완성.

후반 18분 맨체스터 퍼거슨 감독은 '최후의 카드' 베컴을 투입했다. 반대로 마드리드 델 보스케 감독은 22분 호나우두를 뺐다. 이후 그라운드가 또한번 요동쳤다. 후반 26분. 아크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베컴이 오른발로 감아찼다. 크게 휜 볼이 크로스바 하단을 맞고 그물에 안길 때까지 골키퍼 카시야스는 마법에 걸린 듯 꼼짝 못했다.

3-3 동점. 맨체스터의 4강행을 위해서는 세 골이 더 필요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후반 40분 니스텔루이의 킥이 수비수 이에로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기 직전 베컴이 발을 대 자기 골로 만들었다. 종료 휘슬이 울렸고, 양팀은 4강 티켓과 자존심을 맞바꿨다.

AC 밀란(이탈리아)도 덴마크 출신 욘 달 토마손이 인저리 타임에 천금같은 결승골을 성공시켜 아약스(네덜란드)를 3-2로 꺾고 1승1무로 4강에 합류했다.

4강전은 레알 마드리드가 이탈리아 세 팀에 포위당한 형국이다. 준결승(5월 7일)에서 유벤투스를 꺾어도 인터 밀란-AC 밀란 승자와 결승을 치러야 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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