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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펜싱 전설되다…女플러레 단체 5연패 이끌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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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검객' 남현희(33·성남시청)가 펜싱 전설이 됐다. 아시안게임 여자 플러레 5연속 금메달을 이끌었다.

남현희를 비롯해 오하나(29·이상 성남시청), 전희숙(30·서울시청), 김미나(27·인천 중구청)로 구성된 펜싱 여자 플러레 대표팀은 24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을 32-27로 이겼다. 한국은 1998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5회 연속 이 종목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였다. 남현희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부터 4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2년 동안 여자 플러레 대표팀 구성은 계속 바뀌었지만 남현희만은 굳건히 대표팀에 남아 금빛 찌르기를 도왔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남현희는 마지막 포인트를 따자마자 검을 놓고 두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뻐한 그가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관중석에 있는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 남편 공효석(28)과 딸 하이(1)였다. 아빠 품에 안긴 하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라고 외치며 좋아했다. 눈물이 맺혀있는 남현희는 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남현희에게 이번 대회는 특별하다. 그는 명실상부한 '플러레의 여왕'이었다. 2002년 대회 단체전 금을 시작으로 2006년, 2010년 대회에서는 개인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이번 대회 목표는 3회 연속 2관왕이었다. 하지만 전성기 때 몸 상태가 아니었다. 지난해 4월말 출산 후 몸이 예전같지 않았다. 여성은 임신 기간동안 근육이 풀어지면서 출산 후에도 이전의 탄탄한 근육 상태로 만들기가 사실상 어렵다. 그만큼 운동 선수들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하기 어렵다.

또 스피드도 줄어든다. 펜싱은 순발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빠른 스텝과 팔 동작이 같이 이뤄져야 점수를 딸 수 있는데 남현희의 속도는 떨어졌다. 남현희도 "예전에는 내가 빠르게 들어가면 이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출산 후에는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공격을 들어가는 동작이 늦어졌다"고 했다.

거기다 무릎 상태도 최악이었다. 지난 5월 오른쪽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잘 뛸 수 없었다. 통증이 상당했지만 수술하지 않고 재활과 치료로 이번 대회까지 끌고 왔다. 1m55cm 단신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 발 더 뛰는 순발력으로 플러레를 제패한 남현희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결국 개인전에서 동료 전희숙에게 4강에서 지면서 동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남현희는 아픈 무릎으로도 뛰고 또 뛰어 4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며 펜싱의 전설이 됐다. 딸에게 금메달을 반드시 걸어주겠다던 그의 약속은 지켜졌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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