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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검객' 남현희, 플러레 동메달…3연패 실패

중앙일보

입력

 
'엄마 검객' 남현희(33·성남시청)가 아쉽게 아시안게임 3연패에 실패했다.

남현희는 21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러레 개인전 준결승에서 전희숙(30·서울시청)에 7-15로 져 동메달을 획득했다. 펜싱은 3~4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서 지면 모두 동메달을 받는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부터 4연속 출전하고 있는 남현희는 '플러레의 여왕'이었다. 2002년 대회 단체전 금을 시작으로 2006년, 2010년 대회에서는 개인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했다. 이번 대회 목표는 3개 대회 연속 2관왕이었다. 하지만 이날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3연속 2관왕 꿈은 실패했다. 남현희는 "솔직히 아쉽다. 초반에 앞서가서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졌다"고 했다.

사실 남현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핸디캡이 있었다. 지난해 4월말 출산 후 몸이 예전같지 않았다. 여성은 임신 기간동안 근육이 풀어지면서 출산 후에도 이전의 탄탄한 근육 상태로 만들기가 사실상 어렵다. 그만큼 운동 선수들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하기 어렵다. 또 스피드도 줄어든다. 펜싱은 순발력이 중요한 종목이다. 빠른 스텝과 팔 동작이 같이 이뤄져야 점수를 딸 수 있는데 남현희의 속도는 떨어졌다. 남현희도 "예전에는 내가 빠르게 들어가면 이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출산 후에는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공격을 들어가는 동작이 늦어졌다"고 했다.

남현희는 그래도 검을 놓지 않았다. 출산 후 4개월 여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며 '역시 남현희'라는 탄성을 이끌어냈다. 그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남현희는 "출산 후 대표팀에 들어왔을 때는 몸 상태가 안 좋았다. 대표팀 훈련 스케줄을 쫓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나 혼자만 훈련을 빠질 수 없어서 혼자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남현희는 동메달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딸 하이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고 싶었지만 동메달도 만족스럽다. 남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자 플러레 단체전은 24일에 열린다.

고양=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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