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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순위보다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게 좋아요”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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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호 06면

“‘엑소’가 위협이 됩니까? 팬을 뺏긴다든지….”

7집 앨범 돌풍 … 데뷔 10년차 ‘슈퍼주니어’

데뷔 10년차 아이돌 ‘슈퍼주니어’(이하 슈주)가 지난 달 정규 7집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받은 질문이다. 같은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 후배들이 라이벌인지 묻는 예민한 질문이었다. 냉혹한 쇼비즈니스의 세계에서 10년을 버틴 아이돌은 이렇게 대처했다.

“밥줄이 끊긴다거나 자리를 뺏긴다면 위협이지만,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의 길이 있고 엑소는 엑소의 길이 있어요. 서로 윈윈하는 길이죠.”(은혁)

“이왕 뺏길 거면 엑소한테 뺏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강인)

사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지금껏 가 본 어느 간담회보다 유쾌했다. 포토 타임 때 꽈당 넘어지는 사진을 연출하거나 민망한 춤을 추어 정색하고 사진을 찍는 기자들까지 웃게 만들었다.

2년 만에 발표한 7집 ‘마마시타’는 슈주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증명했다. 지난달 30일 아이튠즈로 전세계에 공개한 ‘마마시타’는 태국·필리핀·싱가포르·홍콩에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대만 등 아시아 지역과 핀란드·멕시코 등의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마마시타 뮤직비디오는 지난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이었다. 슈주의 월드투어인 ‘슈퍼쇼’는 21일 한국 공연으로 100회를 맞는다.

생각해보면 슈주는 그 결성부터 범상치 않았다. ‘전사의 후예’를 키워오던 SM은 2005년 “기존 그룹의 개념과 달리 아시아 스타의 등용문으로써 가수뿐만 아니라 탤런트·배우·MC·개그맨 등의 톱스타를 배출하겠다”며 슈주를 내세웠다. 자칭 ‘우주 대스타’ 희철, 진행 본능을 타고난 이특, 예능꾼 신동, 곱상한 외모에 독설을 날리는 막내 규현까지 기존의 아이돌 그룹이 담지 않던 다채로운 캐릭터가 한 팀에 들어 있었다.

슈주가 국내외에서 보다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한 건 3집 앨범 ‘쏘리쏘리’였다. 탄탄한 보컬과 역동감 넘치는 군무가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만나면서 ‘슈주 스타일’을 확립했다. 당시 노래방 좀 다녀본 사람이면 `쏘리쏘리` 주문을 외며 한번쯤 두 손을 비벼봤을 것이다. 특히 ‘슈퍼주니어M’ ‘슈퍼주니어 K.R.Y’ 등 각종 유닛으로 활동하며 트로트부터 발라드까지 소화하는 데 그 유연성은 슈주가 아시아로 뻗어나가는 데 큰 강점이 됐다.

물론 10년 동안 시련도 있었다. 중국 멤버 한경이 소송을 제기하며 탈퇴했고, 일부 멤버들의 스캔들도 있었다. 남자 아이돌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군대에도 가야했다. 분명한 건 이 모든 난관이 지금의 슈주에게 고유한 스토리와 맷집을 만들어줬단 것이다. 기획사 시스템에 의해 조직된 아이돌이 10년 동안 활동할 수 있다는 건 이들의 내공이 간단치 않다는 뜻이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특은 “예전엔 순위가 중요했고, 대상을 받고 싶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는 게 더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엑소가 위협이 되냐는 질문은 전제가 틀렸다. 슈주가 없었다면 지금의 엑소도 없었을 테니까.

글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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