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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주치의가 말하는 스포츠와 건강

중앙일보

입력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을 앞둔 요즘 가슴이 설레는 의사가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주치의로 활동한 경기도 분당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대표원장(51)이다.

그는 매년 자신이 주관하는 유소년(초·중학교) 야구대회(공식대회)를 여는 야구 매니어다. 이 대회는 올해로 4회째다. 병원 옥상엔 미니 축구장을 만들어 직원들과 함께 골 사냥에 나선다. 이번 아시안게임엔 주치의로 참가하지 않았지만 육상 김민지, 펜싱 남현희, 유도 김재범, 체조 양학선 선수 등 자신에게 치료 받은 선수들이 대표선수로 나서 부모 같은 심정으로 응원 중이다. 서 원장에게 스포츠와 건강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운동을 좋아하나.

“내 별명이 ‘닥터 메시’다. 고2 때 학교 축구 선수로 뛰다가 부상을 당했다. 의대를 진학하고 나서야 십자인대가 끊어진 것을 알고 수술을 받았다. 이때의 경험으로 운동선수에게 부상치료와 재활이 경기력과 선수생명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병원 옥상에 운동장 조성 이유는.

“환자들이 걷고 쉬며 재활을 돕는 것이 주목적이다. 1억 원 넘게 들여 푹신한 인조 잔디를 깔고 병실 천장이 울리지 않도록 충격 완충방지를 갖췄다. 병원 옥상에 축구장을 만든 곳은 여기뿐일 거다. 병원 의료진·직원들이 축구팀을 만들어 매주 1∼2회 경기를 한다.”

-스포츠 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고려대 의대 졸업 후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마쳤다. 국내에선 기반이 취약했던 스포츠의학 공부를 하기 위해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버드대 의대 병원과 보스턴의 어린이병원에서 스포츠 의학과 근(筋)골격에 대해 공부했다. 제대로 된 스포츠의학을 하려면 정형외과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 후 99년부터 4년간 정형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다시 밟았다.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함께 딴 사람은 국내에선 달리 없을 거다.”

-운동 부상이 주로 일어나는 시간대는.

“운동도 효과적인 시간대와 피해야 하는 시간대가 있다. 효과적인 시간대는 낮 1~2시께다. 이 시간대는 일조량이 많아 15분 정도 간단히 걷기만 해도 체내에서 비타민 D가 합성돼 골다공증 예방에 이롭다. 운동과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시간대는 새벽과 늦은 저녁시간이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엔 새벽에 기온이 크게 떨어져 찬 공기에 근육·인대가 경직되기 쉽고 그만큼 부상 가능성이 높다. 새벽 운동이 불가피하다면 30분 정도 충분한 준비운동으로 몸과 관절을 따뜻하게 덥히고 시작해야 한다. 늦은 저녁은 근육의 피로도가 가장 많이 쌓이는 시간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다리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근육 피로도가 높고 인대 유연성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때는 과격한 운동보다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혈액순환을 돕고, 40분가량의 가벼운 걷기 운동으로 온종일 굳어 있던 척추와 무릎관절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 후 휴식도 중요하다던데.

“1시간 정도 운동했다면 24시간은 쉬어야 한다. 마라톤 같이 장시간의 무리한 운동 뒤엔 5일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근육 피로가 쌓이지 않아 부상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매일 헬스장에 간다면 하루는 상체 운동, 다음 날은 하체 운동을 하면서 근육이 쉴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주로 부상당하는 부위는.

“일반인들이 부상을 입는 부위는 크게 무릎과 허리, 어깨로 나눠볼 수 있다.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이 바로 무릎부상, 특히 십자인대 파열이다. 빠르게 달리다가 갑자기 방향전환을 하거나, 강한 태클로 무릎 관절에 외력(外力)이 강해지면 무릎이 꺾이면서 인대가 파열된다. 축구·족구·배드민턴 등을 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허리 부근이 찌뿌둥하거나 경직돼 있다면 골프할 때 조심해야 한다. 스윙할 때 허리를 뒤트는 동작이 급성 허리디스크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스윙 후 허리가 뜨끔하고, 휴식을 취해도 다리로 뻗치는 듯한 방사통이 계속 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운동 후 팔을 못 올리는 사람도 있던데.

“팔을 휘두르는 힘이 강한 야구·테니스·배드민턴 등 구기 종목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회전근개 손상이 많다. 준비운동 없이 갑자기 팔을 크게 휘두르거나 운동범위 이상으로 무리하게 움직였을 때 팔을 어깨에 고정시키는 힘줄인 회전근개가 손상되는 것이다. 주증상은 팔을 올리기 힘든 심한 통증이다. 어깨 근육이 위축돼 어깨 뒤쪽이 꺼져 보이기도 한다. 오십견과 헷갈릴 수 있다. 오십견은 팔을 완전히 들어 올릴 수 없지만 회전근개 파열은 팔을 들어 올릴 때 통증이 느껴지다가 완전히 들어 올리면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적당한 운동시간은.

“하루에 250~300㎉ 정도 소모하는 운동량이면 적당하다. 체중 70㎏인 성인이 30분가량 가벼운 조깅을 하거나 50분가량 걷는 양이다. 몰아서 운동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매주 3회(각 30분)씩 운동하는 사람과 매주 1회(90분간) 운동하는 사람의 운동 효과를 비교해 보면 주 3회의 운동 효과가 훨씬 높다. 어떤 종목이든 운동 효과를 유지·향상시키려면 주 3회 정도 꾸준히 해야 한다.”

-다쳤을 때 응급 대처법은.

“운동 중 골절이 의심되는 부상을 당했을 때 절대 임의로 부러진 뼈를 맞추려 해선 안 된다. 환자를 편안한 자세로 안정시킨 후 부러진 뼈의 양쪽 관절에 부목을 대고 삼각건·압박붕대·수건 등으로 고정시킨 후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골절까진 아니라면.

“관절을 접질리거나 타박상을 입었다면 가장 쉬운 대처법이 찜질이다. 운동선수들이 부상 부위에 차가운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얼음주머니 찜질을 하는 것은 혈액순환을 더디게 해 출혈과 부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부상 당한지 24~48시간 동안은 냉찜질로 부기와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효과적이다. 심한 운동 후엔 근육이 부어오르거나 관절에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때도 뜨거운 물로 목욕하거나 사우나를 하는 것보다 찬물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

-부상 3일 후에도 통증이 계속 된다면.

“다친 지 3일이 지났는데 부상 부위에서 열이 나고 부기가 가라앉지 않으며 통증이 지속된다면 인대 손상이나 중증 염좌를 의심할 수 있다.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가을에 권할 만한 운동은.

“가을은 산에 가기 좋은 계절이다. 가을 등산은 운동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맑은 공기를 마시고 기분 전환까지 할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건강한 가을 산행을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 산행 전에 몇 일간 가벼운 평지 걷기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지고, 관절·근육이 충분히 풀어지도록 스트레칭을 꼼꼼히 해야 한다. 배낭 무게는 자기 체중의 10% 이하로 꾸리고, 낮은 기온에 근육이 긴장하지 않도록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이 좋다. 접었다 펼 수 있는 등산전용 지팡이를 갖고 가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에 사용하면서 허리·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분산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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