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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BOX] 1653년 제주에 표류한 하멜 “담배 성행해 4 ~ 5세 아이들도 배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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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광해군 시절인 1600년대 초다. 흔히 옛날을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고 하는데 담배 먹던 호랑이는 조선시대 호랑이였음이 틀림없다. 담배는 이 땅에 상륙한 지 얼마 안 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확산됐다. 1653년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기착한 후 조선에서 14년 동안 살았던 네덜란드인 하멜은 『하멜 표류기』에서 “현재 그들 사이에는 담배가 매우 성행해 어린아이들이 4~5세 때 배우기 시작해 남녀 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고 썼다. 당시엔 담배를 배앓이나 충치 치료에까지 효험이 있는 만병통치약쯤으로 생각했다.

1876년 개항 이후엔 일본산 궐련(연초를 종이로 싼 현재와 같은 형태의 담배) ‘히어로’가 들어와 국내 담배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1905년에는 대한제국 정부가 궁내부 내장원에 삼정과를 설치하고 첫 국산 궐련 담배인 ‘이글’을 생산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만든 첫 번째 담배는 1945년 9월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해 만든 ‘승리’였다. 이어 공작·무궁화·백구·파랑새·아리랑·재건·신탄진·새마을 등의 국산 담배가 생산됐다. ‘공작’(45년)과 ‘무궁화’(46년)는 완전한 독립을 염원하는 담배였다. 48년 나온 ‘백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념해 나왔고, 51년 ‘건설’은 전쟁의 폐허를 재건하자는 의미로 만들었다. 55년 나온 ‘파랑새’는 희망과 의욕을 불어넣으려는 작명이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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